'경북 사이버 논술' 운영 김광수 교사

입력 2006-07-04 07:59:08

현직 교사들이 직접 논술 문제와 자료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첨삭 지도까지 해 주는 논술 사이트가 학생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경북 사이버 논술(www.kben.org)'이 그 주인공. 올해로 문을 연 지 6년째를 맞은 이 사이트는 사설 학원이 별로 없는 경북 지역 학생들로부터 폭발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초창기부터 사이트를 운영해 온 김광수(49·국어) 고령중 교사를 만나 노하우를 들어봤다.

"2000년 여름, 교육청에서 논술 사이트 프로젝트가 나왔을 때 너무 반가웠습니다. 당시만 해도 몇몇 학교별로 논술교육이 있었을 뿐 경북 지역 전 학생이 이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는 없었거든요."

김 교사가 경북 논술 사이트 탄생에 지휘봉을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논술에 대한 개인적인 열정이 남달랐다. 포항고에 재직하던 90년대 중반부터 개인적으로 온라인 논술 자료방을 운영하면서 자료를 축적했다. 논술이 교육이나 입시의 관심사로 떠오르기 전이었다.

평소 수업 때 논술식 사고와 글쓰기 등을 강조하다 보니 기대도 않았던 성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울진 죽변중에서 근무하던 2001년에 그가 가르친 한 학생은 서울대 국어경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평소에 책읽기를 좋아하고, 쉬는 시간마다 찾아오던 학생이었다.

"쉬는 시간에 늘 저를 찾아와 질문을 다양한 분야의 던졌어요. 얘기를 나누다보니 정말 독서량이 많다는 걸 알았어요. 논술에 잠재력이 엄청나구나 싶었죠. 이런 학생들을 도울 길은 없을까가 늘 고민이었죠."

그래서일까. 경북 논술 사이트는 첨삭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회원 학생과 일반 학생으로 이용자를 차별화했다. 회원 자격은 학교 추천과 성적 순이다. '일종의 논술 영재 심화반 성격으로 출발'한 셈이다.

사이트는 2001년 4월 현직 교사 40명과 함께 문을 열었다. 운영은 교사 1명당 7~8명의 학생을 맡아 게시판을 통해 3주에 한 번씩 과제를 내고 e메일로 숙제를 받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보통 1명의 글을 제대로 첨삭하려면 2시간 가량이 걸립니다. 하루에 하나 손대기도 빠듯해요."

첨삭지도한 글은 그대로 게시판에 공개했다. 회원이 아닌 학생도 '이렇게 써야 하는구나.' 하고 간접적인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 교사는 "학교에서는 학생 수가 많다보니 '주제에서 벗어나니까 새로 써라'고 하는 수준이 고작이죠. 대신 사이트에서는 첨삭 결과를 바로 공개하니까 선생님들이 부담된다는 하소연도 했어요."

인기가 높아지면서 첫 해 150명이던 회원 학생 수는 올해 300명까지 늘어났다. 현재 포항고, 포항여고, 경주고, 경북외고, 구미외고, 김천여고, 안동여고 등 일반계고 학생이 대부분. 학교마다 추천 학생을 일정 수로 제한하는데 배정 인원을 늘려달라는 교장 선생님의 전화를 받을 정도다.

김 교사는 "논술과 논설은 다르다."며 "학습서에 나오는 모범답안을 외워서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아름다운 표현에 신경쓰거나 서론-본론-결론식의 틀에 짜인 글쓰기보다 거칠지만 내 생각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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