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정상들의 취미

입력 2006-06-30 11:28:38

중국 역사에서 송(宋:960~ 1279)대는 예술이 화려하게 꽃핀 시대였다. 군주들은 예술을 장려하였으며, 특히 회화 예술은 중국 회화 사상 유례없는 전성기를 누렸다. 특히 북송의 8대 황제 휘종(徽宗'1082~1135) 치세엔 문화예술이 최고조로 발달하였다. 휘종 부터가 시문과 서화에 뛰어난 예술가였다. 그림은 화조(花鳥)를 즐겨 그렸는데 솜씨가 전문가의 경지에 도달하여 '풍류천자(風流天子)'라는 닉네임을 얻을 정도였다. 글씨에도 일가를 이뤄 '수금체(瘦金體)'라는 독특한 서체로 이름을 떨쳤다.

○…중국 역사상 뛰어난 예술가의 필수조건은 시'서'화에 두루 능해야 했는데 휘종은 여기에다 훌륭한 예술품'수집'이라는 새로운 조건을 하나 더 추가했다. 휘종은 진(秦) 시황제부터 마지막 황제 부의(溥儀)까지 157명의 역대 황제 중 예술에 관한 한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휘종은 지나치게 문예를 숭상한 나머지 훗날 북송의 멸망을 초래한 실패한 제왕이 되고 말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오늘(30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함께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엘비스 프레슬리 저택 그레이스 랜드를 찾는다고 한다. 알려진 대로 고이즈미 총리는 30년 넘는 엘비스의 열혈팬. 부시 대통령의 이례적인 멤피스 동행은 퇴임을 앞둔 고이즈미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인 셈이다.

○…고이즈미의 그레이스 랜드 방문을 계기로 각국 정상들의 다양한 취미가 화제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실린 그들의 숨겨진 취미를 보니 압권(?)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다. "정치가의 길을 걷지 않았다면 스모 선수가 됐을 것"이라 말할 만큼 일본 스모광(狂)이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의외로 글쓰기가 취미. 2002년엔 소설책 '자비아와 왕'을 출판했으나 한 언론이 대필 작가가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는 피아노, 기타, 더블베이스 등을 연주하며 직접 작사한 CD를 낸 적도 있다 한다.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자동차 레이싱, 낙하산 점프, 잠수 등 위험스러운 레포츠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들에겐 어떤 취미가 있을까, 궁금해진다. 과문인지 몰라도 멋있는 취미생활을 한다는 얘기를 들은 바가 별로 없다. 가뭄 때의 논처럼 정서적으로 바짝 메말랐다는 것인지….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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