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1·여)이가 태어난 뒤 하루도 편히 잔 날이 없었어요."
다원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비치는 것은 미소를 짓고 있는 엄마 신현숙(31·대구시 서구 비산동) 씨와 소아집중치료실 풍경이 전부. 세상에 태어난 지 21개월째. 하지만 짧은 삶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결혼한 지 5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들어서지 않아 애태웠던 신 씨 부부. 넉넉지 않은 형편 탓에 하던 맞벌이도 2년 만에 그만두고 아이를 갖기 위해 불임클리닉 문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부모의 마음을 알았을까. 다원이는 예정일보다 3개월 먼저 얼굴을 내비쳤다.
"남편이 위로 누나만 셋인 탓에 시부모님은 하루빨리 첫 손자를 보길 원하셨어요. 오래 기다린 가족 마음을 알았을까요? 다원이는 일찌감치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화근이 됐어요."
태어날 당시 다원이의 몸무게는 약 1㎏. 보통 신생아 몸무게의 1/3밖에 되지 않았다. 기도가 기형적으로 좁아 숨쉬기가 곤란했다. 하지만 인공호흡기 호스를 목구멍으로 넣다 더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식도가 연결돼 있지 않았던 것.
의료진은 희망을 갖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아이를 갖게 된 기쁨을 누릴 여유조차 없었다. 현실을 정확히 지적한 말이었지만 의료진의 이야기가 그렇게 야속하게 들릴 수가 없었다. 아이를 살릴 길을 찾아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했다.
인큐베이터 신세만 6개월. 가슴 옆에 구멍을 뚫어 호스를 통해 우유를 먹어야 했다. 너무 어리고 몸이 약해 수술을 하기엔 무리였던 것. 3개월 뒤 식도 연결수술을 받았다. 기관지 확장 수술도 마쳤다.
"우려되던 뇌손상이 없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죠. 하지만 아이 몸무게가 늘지 않아 고민입니다. 또래 아이들은 15㎏은 나가는데 다원이는 아직 6㎏도 채 안돼요. 몸이 약해 툭 하면 폐렴이 찾아들고 한바탕 앓은 뒤엔 는다 싶던 몸무게가 다시 제자립니다."
그 탓에 다원이는 병원 단골손님이 됐다. 집보다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소아집중치료실 1번 침대는 다원이의 전용 침대가 됐다. 결국 신 씨는 보다 편리하게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북구 쪽에서 병원이 가까운 서구 쪽으로 월세방(월 10만 원)을 옮겼다.
채 두 살이 되지 않은 다원이가 여태까지 받은 수술은 모두 9번. 3개월마다 기도 확장수술을 한 탓에 수술대에 눕는 횟수가 많아진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최소한 4, 5번 더 확장수술을 받아야 한단다. 어린 몸이 버텨내기엔 가혹한 일이다.
신 씨는 혼자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동갑내기 남편이 안쓰럽다. 얼마 전 인턴사원에서 정직원이 된 남편은 100만 원이 조금 넘는 월급을 가져온다. 그러나 매달 들어가는 다원이 병원비를 빼면 가계부를 쓸 돈조차 남지 않는 일이 다반사. 건강이 좋지 않는 시부모에게 기대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내색 않는 남편이 고맙다.
다원이 몸무게가 10㎏를 넘게 되면 기도 이식수술을 할 예정. 신 씨는 그 때까지 다원이가 잘 견뎌 내리라 믿는다.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다원이를 돌보다 지쳐버린 자신을 다그치며 마음을 굳게 먹는다. 넘어가지 않는 밥도 억지로 챙겨 먹으려 한다. 다원이를 위해서는 엄마인 신 씨 자신부터 힘을 내야 하니까.
"약한 몸으로 태어난 데다 끊임없는 병치레로 성장속도가 늦어요. 옹알이를 한 것도 얼마 전이에요. 하지만 몸무게가 좀 더 늘고 앞으로 있을 수술도 잘 되면 여느 아이들처럼 씩씩하게 자랄 겁니다. 빨리 '엄마'라는 소리가 듣고 싶어지네요."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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