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새마을운동' 인가] (14)베트남

입력 2006-06-09 09:34:58

동남아로 노하우 수출 '외화벌이'

1970년대 우리나라 농촌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했던 새마을 운동이 30여 년이 흐른 지금, 베트남과 중국 등 동남아시아로 수출되고 있다. 새마을 운동은 이들 국가의 농촌 환경개선과 주민의식을 크게 바꿔놓는 등 큰 성과를 거두고 있어 이를 배우려는 외국 공무원들의 발길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고위층과 공무원들은 1인당 하루 80달러라는 교육비를 부담하고 새마을 중앙연수원이나 경운대 등에서 관련 교육을 받을 예정으로 있는 등 우리를 잘살게 해준 새마을 운동이 외화를 벌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어 국내 새마을운동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학계 등의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4월 25일 기자가 찾은 베트남 타이응우엔성다이떠군 라방면 룽반마을. 하노이에서 버스로 3시간 30분 가량 떨어진 이 곳은 경북도로부터 새마을 운동을 전수해 '베트남 속의 경북마을'로 불리고 있다. 이날은 경북도와 경북도 새마을회가 4천500만 원을 지원해 건립한 보건소 준공식이 열린 날이었다. 준공식에 참석한 경북도 이철우(새마을운동세계화 테스크포스팀장) 정무부지사 등 15명은 심전도기·혈압계·자외선소독기·청진기 등 의료기기와 기초 의약품 등 소모품을 전달했다. 또 지역 주민 500여 명이 참석해 건평 107평의 2층건물에 산부인과 및 일반 진료실·분만실·약제실·전통의학진료실·입원실 등을 갖춘 보건소 건립에 대해 감사했다.

라방면장은 "위생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의료 불모지에 지어준 보건소를 잘 관리하고, 주민보건을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토록 하겠다."고 말했고, 경북도 이철우 정무부지사는 "40년 전 베트남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한국이 세계 11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은 새마을 운동 때문"이라며 "베트남 등 우방 국가에서도 새마을운동을 착실히 전개, 함께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타이응우엔성 진티꾹 부성장은 "그동안 경북도의 물질적·정신적 도움으로 룽반마을의 도로 포장과 함께 마을회관과 보건소가 건립되는 등 주거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영농에서도 기계화가 서서히 이뤄지고 있는 시점"이라며 "베트남 정부에서도 새마을운동 방식을 도입, 정부가 각 성별로 산간지역에는 80%, 평야지역에는 50%를 지원해 도로를 확장, 포장하고 있는 상태"라고 소개했다. 길을 넓히고 학교를 재건하는 데 중앙정부의 사업비 지원이 이뤄지는 등 1970년대 우리나라 농촌 새마을운동 전개 당시와 비슷한 장려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곳 룽반마을은 새마을운동에 대해 알아보고 추진하기 위해 벤치마킹 하러오는 베트남의 타 성과 군, 면 등 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발길이 줄을 이으면서 이미 '잘 사는 마을'로 분류돼 정부지원금은 단 한푼도 받지못하고 있을 정도로 부촌이 됐다.

불과 1년전만하더라도 룽반은 다른 농촌마을과 마찬가지로 흙먼지가 날리고 집은 낡아 겨우 비를 피할 정도로 열악했다. 이런 룽반마을의 새마을 운동 전초기지화가 된 것은 2003년 12월 이의근 도지사가 이곳을 찾은 이후 다. 이 도지사는 베트남 농촌의 열악한 생활환경을 보고 '새마을 운동 전파'를 계획하게 됐고, 타이응우엔성 총리와 교류의향서를 조인했다. 이어 2004년 7월 새마을 운동 보급을 위해 현지조사단을 파견했고 지난해 2월에는 도비와 새마을 운동단체기부금 등을 지원해 새마을 회관을 지었다. 이 회관은 경북의 새마을지도자 2만5천 명이 '시멘트 2포(8천 원)씩을 베트남에 전달하자'며 모금한 돈과 경북도비 등 2억 5천만 원으로 건립된 것이다.

또 마을진입도 1km(폭 2.5m) 포장, 전신주 4km 및 농수로 500m 설치에다 관리기 11대를 비롯 동력분무기 10대를 10개 마을에 각각 1대씩 보급한 결과 농민들의 생활은 더욱 윤택해졌고 농가수확량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새마을 운동의 시발점이 됐던 새마을회관·보건소 건립과 함께 마을진입로·도수로 개설과 영농기계화 등이 하나하나 이뤄진 것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베트남에서는 3차례에 걸쳐 50여 명의 공무원들이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경북도와 새마을 운동으로 부자가 된 시·군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윤성 경북도 새마을회 사무처장은 "룽반 마을은 60, 70년대 우리나라 농촌 풍경과 흡사했지만 새마을 운동의 영향으로 막 잘 사는 마을로 도약하고 있는 중이었다."며 "특히 최근 개설한 마을안길 주변에는 수많은 새마을 기를 내걸고 있어 감회가 깊었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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