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아드보 '비공개 훈련' 왜?

입력 2006-06-08 21:50:19

딕 아드보카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대표팀 훈련을 초반 15분만 공개하고 나머지 시간은 비공개로 소화했다.

대표팀이 비공개 훈련을 한 것은 지난 해 10월 아드보카트 감독이 부임한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올해 초 해외 전지훈련 기간이던 지난 2월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홈디포 센터에서 열린 미국과 연습경기만 비공개로 치렀을 뿐 그 외에 모든 훈련과 연습경기는 공개해왔다.

당시 미국전을 비공개한 것도 아드보카트 감독이 공개를 꺼린 게 아니라 미국축구협회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아드보카트호는 이날 독일에 입성한 이후 두 번째 훈련에서 초반 15분 간 간단히 몸을 풀고 원거리와 원 터치 패스 연습만 했다.

이후 훈련을 어떻게 진행하느냐고 묻자 이원재 대표팀 미디어 담당관은 "비공개 훈련이 어떤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는지 조차 비공개"라고 답했다.

15분이 지나자 훈련장인 독일 레버쿠젠 바이 아레나 구장 보안요원들이 취재진의 퇴장을 요구했다.

오는 13일 토고와 첫 경기 전까지 비공개 훈련은 한 번 더 잡혀있다. 오는 11일 훈련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면 비공개로 진행된다.

그렇다면 아드보카트호는 왜 이 시점에서 비공개 훈련을 고집했을까.

첫째 가장 중요한 본선 첫 경기를 불과 닷새 앞둔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고도의 세밀한 세트 플레이 전술'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크다.

단.장거리 프리킥과 코너킥 등 세트 플레이 찬스를 얻었을 때 어떻게 상대 수비진을 교란하느냐는 골과 직결되는 중대 전략 포인트다.

거리에 따라 프리킥 키커를 누구로 지정하느냐, 볼을 세워놓고 준비 과정에서 어떤 '페인트 동작'을 쓰느냐는 상대 수비진이 만약 미리 알아챘을 경우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아드보카트호는 그동안 평가전에서 잡은 세트 피스 기회에선 그다지 복잡한 교란 작전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토고전을 앞두고 새로운 세트 플레이 전략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있다.

두번째 선수들의 훈련 집중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비공개 담금질을 택했을 수도 있다.

태극전사들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전지훈련 기간 두 차례 평가전에서 기대 이하의 플레이를 펼친 뒤 사기가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또 독일 입성 이후 월드컵 분위기를 실감하면서 주위가 다소 산만해졌을 지도 모른다.

따라서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 텅 빈 그라운드에서 '그들만의 고요한 훈련'을 소화할 경우 단기간 집중력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코칭 스태프의 판단이 작용했을 법 하다.

이와 함께 기존의 전형과는 다른 새로운 '포메이션 시프트'를 실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전날 인터뷰에서 "우리 팀은 3-4-3과 4-3-3 포메이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두 전형에 따라 박지성의 위치가 달라진다"고 말했었다.

박지성은 포백(4-back)일 경우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스리백일 경우 사이드 어태커를 맡게 된다.

'지성 시프트'는 이미 공개됐고 실전에서 실험한 적도 있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의 머릿 속에는 다른 내용의 '시프트 전략'이 나올 여지가 있다.

토고전에 내세울 '베스트 일레븐'을 미리 짜서 노란 조끼를 입히고 자체 연습경기를 했을 수도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아직 토고전 선발 라인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 지난 4일 가나전과 비슷하겠지만 한 두 자리에서 변수가 있을 것이라고 내비친 정도다. 여러모로 아드보카트호의 비공개 훈련이 궁금증을 낳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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