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보디빌더 이헌주씨와 식이요법

입력 2006-06-08 15:09:38

보디빌딩은 인체를 구성하는 근육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운동입니다. 구리 빛 근육이 불끈 솟은 보디빌더의 몸매는 몇 년 전만 해도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이 아성에 도전장을 낸 여성이 있습니다.

헬스 트레이너이자 여성 보디빌더 이헌주(24) 씨. 168cm의 키에 현재 몸무게 55kg. 올 4월 미스터 대구선발대회에서 +52kg체급에서 우승을 했습니다.

이 씨는 내달 8일에 열리는 국가대표선발을 겸하는 미스터 코리아/미즈 코리아 선발대회 출전을 앞두고 맹훈련 중입니다. 이미 5개월 전부터 식사조절과 근육량 늘리기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여성으로서 근육미를 다투는 보디빌딩을 선택한 이 씨를 만나 지독한 식이요법과 근육을 늘리기 위한 특별 식사법에 대해 들어봅니다.

중요대회를 한 달 가량 앞둔 이 씨의 식사 조절법은 한 마디로 혹독하다. 삶은 감자 두 개로 하루를 견딘다. 그것도 일주일에 나흘은 꼬박 하루 7시간의 맹훈련을 하면서.

전화를 통해 인터뷰어로 초대할 때만 해도 특별한 운동을 하는 여성으로서 또래의 여성과는 다른 기호음식이 있을 것이고 그에 합당한 단골 맛집이 있으리라 짐작했다. 그러나 웬걸.

"아무 음식이나 함부로 먹지 못하니 채소 샐러드 정도가 제공되는 곳이면 족하다."는 말에 부랴부랴 자리를 잡은 곳이 퓨전 레스토랑 '더 그릴'이다. 본 코너의 취지엔 벗어나지만 이색운동을 하는 여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터뷰를 이끌어가기로 했다.

"보디빌딩은 4년 전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운동을 한 지난 3년간 라면과 자장면 등은 일체 먹어 본 적이 없어요."

시즌이 시작되면 소금(간)이 든 음식도 끊는다. 감자, 고구마에 어릴 적 좋아하던 닭 가슴살만 하루에 5, 6회 소량으로 나눠 먹는다. 나트륨(Na)을 섭취하면 몸 속 수분을 빼앗겨 보디빌더 최대의 적인 체지방을 줄이는데 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시합을 준비하는 6개월 전부터는 밥도 맨밥을 먹는다. 육류는 근육을 키우기 위해 먹는다. 보디빌더에게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비율은 승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훈련 중엔 김치와 된장과 함께 밥을 먹어보는 것이 늘 그리워요."

이 씨는 레스토랑에서도 드레싱을 뺀 채소 샐러드만을 주문했고 삶은 스파게티를 아무런 소스 없이 조금 먹었다.

크고 우람한 근육으로 경쟁하는 남성 보디빌더와 달리 여성은 신체 상하, 좌우의 대칭과 자연적인 미가 중요한 심사기준이다. 또한 작은 근육과 근육을 경계 짓는 윤곽선마저 세밀하게 드러내 보여야 하기 때문에 자칫 체지방이 이들 근육간의 경계를 메워 감점요인이 될까봐 식사를 조절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체지방이 20~25%라면 시합의 앞둔 여성 보디빌더의 체지방은 8~10%에 불과하다.

피부와 지방, 근육 등 세 겹으로 이뤄진 인체의 몸매에서 지방의 양을 최소화 할수록 근육의 형태는 겉으로 더욱 잘 드러난다. 이를 위해 보디빌더들은 지방 태우기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먹은 날엔 늘 조깅 같은 유산소 운동으로 지방을 태우지 않으면 불안해요."

특히 여자는 근육을 만들어내는 호르몬도 남자보다 훨씬 적어 몇 배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선명하고 뚜렷한 근육라인을 유지하기 힘이 든다. 개인적으로 이 씨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근육부위는 하체라인.

"운동을 하기 전엔 패스트푸드 등 가리지 않고 즐기는 타입이었으나 운동 후엔 자기 절제가 많이 된다."는 이 씨는 "대학 생활 중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체중이 불어 몸매를 교정해 볼까 하고 시작한 보디빌딩이 이젠 일이자 꿈이 됐다."고 밝혔다.

아직 여성 보디빌더를 위한 프로나 실업팀이 없는 국내실정에서 이 씨의 꿈은 헬스 트레이너가 되는 것.

대회 이틀 전부터는 지방제거와 수분조절을 위해 한 모금의 물도 마시지 않는다. 꿈을 향해 극한의 상황을 견뎌내는 이 씨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작성일: 2006년 06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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