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부터 청소일을 시작한 박영미(가명·45·여) 씨. 그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빌딩, 가정집 등을 돌며 매월 50만 원을 벌고 있다. 회사원인 남편의 봉급 200만 원으로는 두 딸의 학원비를 댈 수 없어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학습지로 아이들 공부를 시켜보니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떨어져 학원에 보내야 했다."는 박 씨는 "애들 학원비가 70만 원 정도인데 일을 좀 더 해서 과외를 시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애들 교육 때문에···
"다른 애들 공부하는걸 보면 살림만 할 수 있나요? 한 푼이라도 벌어서 공부시켜야죠."
슈퍼마켓 주부판매사원 경력 5년. 지난 15일 오전 대구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 만난 김정숙(41·여) 씨는 "중산층 자녀들의 방과 후 공부를 위해서는 주부 취업은 필수"라며 "남편 월급은 생활비, 아르바이트비는 애들 교육비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월 65만 원. 김씨가 매일 오전 11시부터 8시간 일하고 받는 월급이다. 경기침체로 금은방을 하는 남편의 수입(200만 원 정도)이 크게 줄었다. 김씨의 월급은 고2, 중3 자녀의 학원비, 학습지 비용으로 고스란히 나간다(표 참조).
"알바 시간을 늘여보니 몸이 피곤해 돈을 더 벌 수도 없다. 개인 과외는 꿈도 못 꾼다."는 김 씨는 "보험, 식당 도우미, 공장, 학습지 판매원으로 일하며 애들 교육비를 대는 친구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중3, 초6 자녀를 두고 있는 주부 박진명(가명·44·수성구 사월동) 씨는 2년 전부터 한 사설학원 차량기사로 일하고 있다. 오후 2시~4시 학생들을 학교에서 학원으로 태워주며 월 55만~60만 원씩 받고 있다.
박 씨는 "샐러리맨 남편 월급으론 생활비 빼면 남는게 없어 과외비는 직접 벌고 있다."며 "내신 비중을 높인다는데 학교 시험은 어렵고 학원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시간제 알바라도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하고 싶어도 갈 곳 없어
출장 요리를 하다 5년 전부터 파출부로 일하고 있는 박정숙(51·여) 씨. 그는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 고용안정센터에 취업을 문의했지만 40대 후반, 50대 주부에게는 일자리가 없었다."며 "애들 교육비 때문에 그동안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호소했다.
제2금융권에서 일하다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남편은 노동일을 하고 있다. 부부가 한달에 버는 돈이 200만 원. 하지만 고3, 고1 자녀 사교육비로 120만 원을 쓰고 있었다.
박 씨는 "큰 애 영어 과외비 60만 원, 둘째 영어·수학 학원비 60만 원을 쓰고 나면 정말 먹고 살기도 힘들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시기에 남들만큼 시켜주지 못해 애들한테 참 미안하다."고 말했다.
대구종합고용안정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40대 여성 구직 지원자는 모두 9천290명이지만 취업에 성공한 경우는 27.3%(2천540명)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주부들의 문의는 매일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대구여성회관 관계자는 "하루 평균 10명 정도의 주부들이 취업 문의를 해올 정도로 주부 취업 열기가 높다."며 "하지만 30대 기술교육생을 대상으로 취업 알선을 하는데다 IMF 이후 주부 구직 희망자는 늘었지만 구인자·구인업체는 줄어 일감을 얻으려는 주부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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