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국회'에 표류하는 고법 상고부·로스쿨

입력 2006-06-04 12:50:34

대법원을 정책법원으로 바꾸고 상고심을 내실있게 심리하게 위해 도입한 고등법원 상고부가 지방선거 후폭풍으로 시행 시기조차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대통령 산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는 상고부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성안했지만, 이 안은 4월 임시국회 파행과 한나라당 소속 법사위원들의 재논의 요구로 전체회의에 넘어가지도 못한 채 법안심사1소위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은 상반기까지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3월 전국 5개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법원 조직 개편을 추진해왔지만, 6월 임시국회도 불투명해지면서 상고부 설치가 내후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여야는 후반기 국회 개원일인 5월 29일까지 의장선출과 상임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한 뒤 6월 임시국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과 지방선거로 원구성 법정 시한을 넘겼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정동영 의장 사퇴 문제를 마무리지어야 하기 때문에 일러야 이달 중순에나 원구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원구성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사학법 재개정안 처리 문제가 불거지면 시급한 민생법안만 처리될 수도 있다.

새로 구성된 법사위에는 변호사 출신 위원이 배제되기 때문에 법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위원들이 상고부 설치 등 사법개혁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면 법안 통과는 연말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연말에 법안이 통과되면 예산 배정 문제가 걸리기 때문에 내년 3월 시행은 어차피 어렵다는 게 법원 내부의 입장이다.

대법원은 올 2월 정기 인사 때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10여명 늘려 상고심에 계류 중인 사건을 줄여나가고 있다.상고부의 재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3월을 넘기면 인사 문제가 걸려 있어 상반기 도입도 어렵다.

상고부는 법원장급 재판관과 고법 부장판사 등이 중심이 되는데 2월 정기 인사때 이들을 상고부 재판관으로 발령해야 전체 인사도 이뤄질 수 있지만, 3월이 지나 상고부가 설치되면 중간에 인사를 단행할 수도 없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 법안은 더 촉박하다.

대학들은 2008학년도 상반기 개교 예정으로 준비를 하고 있지만, 6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일정이 하반기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4월 국회에서 로스쿨법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사립학교법 재개정안 심의 도중 여야간 의견이 충돌하면서 협의를 마치지 못했다.

6월 국회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보여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치 상황을 바라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하면 상고부, 로스쿨 시행 시기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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