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기다렸다…공포영화 '더위 사냥'

입력 2006-05-31 07:44:24

벌써 여름인가? 때이른 공포 영화들이 관객몰이를 위한 채비를 차리고 있다. 이번 시즌은 과거 여름을 공포의 세계로 몰아넣었던 호러무비의 부활이 눈길을 끈다.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는 현장도 더이상 외딴 집이나 공동묘지같은 음침한 곳이 아니다.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공포의 대상이 되고 서민들의 발인 '지하철'이나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호텔이 배경이 된다.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휴대폰'도 안심할 수 없다. 그래도 여름은 역시 공포물이 제격이다. 이들 호러무비들이 6월 월드컵의 열기를 식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멘

1976년 그레고리 펙, 리 레믹의 섬뜩한 연기로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었던 동명 영화 '오멘'을 바탕으로 존 무어 감독이 새로 메가폰을 잡았다. 6월 6일 오전 6시, 로마의 한 병원. 미국의 젊은 외교관 로버트 쏜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다. 그때 한 신부가 같은 시각 태어난 아기를 입양하고 그에게 '데미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부족함없는 사랑을 주며 키운다. 그러나 데미안의 5번째 생일, 데미안의 유모가 건물 옥상에 목매달아 자살하는 사건을 시작으로 어둠의 징후가 서서히 엄습한다.

성서에 표시된 악마의 숫자 666. 6월 6일 6시에 악마의 자식이 태어난다는 설정으로 개봉일 마저 2006년 6월 6일로 맞춰 을씨년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더욱이 이날은 1906년 6월 6일 이후 100년 만에 도래한다는 악마의 숫자 '666'의 날. 구미 각국에선 결혼식을 피하고 임신부가 출산 시기까지 조절한다는 '공포의 날'이다. 우연인지 6월 6일 0시 6분 전 세계에서 일제히 개봉하는데 우리나라가 시차가 빨라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개봉하게 된다.(6월 6일 개봉)

▲환생, 착신아리

'주온' 시리즈에서 보여준 시미즈 다카시 감독의 저주와 원한이 계속이어지는 '환생'과 2004년 여름을 서늘하게 했던 '착신아리' 시리즈의 최종편인 '착신아리 파이널'이 여름의 길목에서 섬뜩함을 배가 시킨다.

영화 '환생'은 35년 전 광기에 사로잡힌 아버지로 인해 한 가족이 몰살당하고 호텔 직원 등 11명이 살해된 오사카 칸코 호텔 사인 사건을 배경으로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킨다.

한 명의 살인자와 열 한명의 피해자가 환생해 전생의 악연을 이어가며 죽어도, 다시 태어나도 계속되는 저주와 원한의 공포를 전해준다.(6월 8일 개봉예정)

'착신아리'의 완결편은 부산으로 수학여행 온 왕따 여고생 마츠다 아스카가 죽음의 메일을 핸드폰으로 보내고, 메일을 수신한 인물들이 1회는 전송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죽음의 착신'을 복수의 도구로 이용하며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 자신이 살기 위해 친구들을 희생시킨다. 영화의 70% 가량을 부산에서 촬영했고 장근석이 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다. (6월22일 개봉예정)

▲크립

'지하철에 혼자 남게 된다면?'

'섬뜩해지는 느낌'이라는 뜻을 내포한 '크립'은 한 아름다운 여연이 지하철에서 겪게 되는 공포를 그린다. 택시는 잡히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오르게 된 지하철.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깜박 잠이 들고, 깨어보니 플랫폼에는 아무도 없다. 셔터가 내려진 출구,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외마디 비명, 빠져나가려 할수록 미로같이 얽힌 지하 통로는 밖으로 나가는 길을 감춰버린다.

그리고 괴물 인간. 그곳을 손금 보듯 지배하는 그는 밀폐된 암흑 속에서는 거의 전지전능한 파워를 지닌 존재다. 그는 거미줄에 걸린 먹이에게 다가가듯 지하철의 캄캄한 터널 속을 헤매는 사람들을 향해 잔인한 살해의 마수를 던진다. (6월 15일 개봉예정)

▲아파트

밤 9시 56분, 건너편 아파트의 불이 동시에 꺼졌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불만 꺼지는 것이 아니었다. 꺼질 때마다 의문의 죽음이 잇따르고 몇 가구에서 시작된 이 현상은 점점 더 아파트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영화 '아파트'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던 강풀의 동명만화를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가위', '폰', '분신사바' 등 공포영화만 전문적으로 만들어온 안병기 감독과 거의 4년 만에 영화계로 돌아온 고소영이 만났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 '아파트'가 친숙한 안식처가 아닌 죽음의 공간으로 돌변한다는 설정은 그 공포의 수위를 높인다. (7월 6일 개봉예정)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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