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문이나 방송에 등장하는 이른바 국제변호사들을 자주 보게된다. 모두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국제변호사, 개발연대에 단순히 국제신사라는 말만으로도 매력적이었던 과거처럼 국제변호사란, 우선 말부터 멋지게 들린다. 이런 사람은 세계 각국의 법정에 설 수 있는 그야말로 국제적인 변호사를 말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제변호사란 없다. 미국의 경우 2~3년 걸리는 로 스쿨(Law School)을 졸업하고 개개인이 원하는 특정 주의 변호사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변호사가 된다. 이들이 국내에 국제변호사로 소개되고 또 일반인은 '국제적인' 변호사로 오해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법과 판례의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A주의 변호사가 B주의 법정에 서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격시험에 합격한 해당 주의 변호사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미국 특정 주의 법정에 설 수는 있지만 한국 법정에는 설 수가 없다. 국내 변호사 자격증이 없어 소송대리 업무란 아예 할 수도 없고 심지어 개인변호사 사무실조차 열 수 없다. 한마디로 정부와 국내 변호사들이 이들을 변호사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로 로펌에서 일하게 된다. 법정에 서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상 변호사라고 보기 힘들다.
미국의 경우, 변호사되기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다. 그래서 해마다 수백명씩 미국 로 스쿨로 유학을 떠난다. 로 스쿨을 졸업하면 대개 변호사 시험에 통과된다. 매년 엄청난 숫자의 변호사가 쏟아져 나온다. 의대나 약대를 졸업하면 대부분 의사나 약사가 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신림동 고시촌으로, 아니면 깊은 산사에서 10년간 머리 싸매고 고시공부하는 한국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흔히 사용하고 있는 법학박사라는 용어 또한 오해가 크다. 미국에서 로 스쿨을 졸업하면 쥬리스 닥터(Juris Doctor)라고 해서 법학 전문학위를 받는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법학박사인 Ph.D. 나 JSD 와는 엄연히 다른 전문학위일 뿐이다. 전문학위임에도 불구하고 번역상 적당한 말이 없음을 핑계로 한국에서는 슬그머니 법학박사로 불리고 있다. 미국의 로 스쿨은 전문과정이기 때문에 학문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전문 직업인을 길러내는 곳이다. 대부분의 로 스쿨에는 장학금이 없을 뿐더러 학비는 상대적으로 비싸다. 전문가 과정이니 장학금을 주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 미국 로 스쿨의 설명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외국 변호사들이 '국제변호사' 또는 '미국변호사'등의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끔 관계법을 손질한다고 발표했다. 외국 변호사가 소송업무를 할 수 없는 반쪽짜리 변호사인데도 어느 순간 국제변호사로 불리면서 마치 모든 나라에서 법률업무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일반인들에게 과도하게 인식돼 왔다는 것이 법 개정 이유다.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면 이제는 변호사라는 말은 아예 사용하지 못하고 "미국법 자문사"로 일본 변호사는 "일본법 자문사"로 써야 한다고 정부는 밝혔다.
이에 따라 한동안 멋모르고 선망했던 국제변호사란 호칭이 이제는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벌써부터 국제변호사란 매력적인 명칭을 사용해 오던 외국 변호사들, 특히 미국 주 변호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들의 반발을 일축하고 있다. 미국 변호사 자격이 없는 한국 변호사들도 미국에서는 "한국법 자문사"로 불리는 마당에 미국 특정주 변호사를 국내에서 "미국법 자문사"로 부르는 것은 상호주의나 국제적인 룰에 합당하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다. 사실 법률 소비자들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정부의 이번 결정은 타탕성을 지니고 있다.
호칭은 그렇다치더라도 변호사를 배출하는 우리의 고시제도는 누가 봐도 문제가 많다. 1 천여 명에 이르는 합격자 중 재조에 임용돼 국가공무원으로 나가는 수는 절반도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법연수원이 여전히 국민 세금으로 합격자를 모두 연수시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호칭 정리와 더불어 추진중인 로스쿨의 합리적인 운영을 통한 양질의 변호사 배출 역시 중요하고도 화급한 개혁임을 노무현 정부는 명심해야겠다.
김동률 KDI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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