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영화 속에 숨어있는 '과학'

입력 2006-05-30 07:36:32

'재미'라는 문화적인 코드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에게 지적 호기심만을 강조해 과학이 재미있다고 호소하기란 쉽지 않다. '재미없는 것 = 필요없는 것'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볼 꺼리'와 '과학적 사고'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게 하는 데 영화 만한 것이 없다. 과학을 즐겁게 하는 방법은 영화나 게임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서 과학을 찾을 수 있는 눈을 가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영화 속에는 어떤 과학이 숨어있을까?

우린 흔히 판타지와 과학이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판타지는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인간의 자유로운 상상력의 산물이기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의 출발점도 상상력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는 서로 교차되기도 한다. 에서 해리포터가 마법사가 되기 위해 배우는 여러 가지 수업 중에는 마법의 약을 제조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현대적 의미의 약학이 등장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치료약은 마녀나 주술사 그리고 수도사에 의해 제조되었는데 병에 효험이 있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민속식물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의 병을 치료하는 약의 상당수는 식물에서 얻어진 것이다. 판타지를 통해 약학의 유래를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비록 영화적 과장이 심하기는 하지만 에서는 지구 내부의 구조에 대해 알 수 있고, 지구 자기장이 어떻게 생기는지, 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는 거대한 해일과 추위라는 재난을 헤쳐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를 통해서 지구 온난화에 대해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하다. 에서는 특수효과만 볼 것이 아니라 토네이도와 태풍의 차이점, 토네이도의 발생 및 운동 원리 등을 알아 볼 수도 있다.

과학을 싫어하는 어떤 이는 영화는 영화일 뿐 과학적으로 따지지 말자고 이야기 한다. 물론 옳은 이야기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과학 공부를 할 수 있다면 도랑치고 가재 잡는 일이 될 수 있는데, 이를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최원석 (김천중앙고등학교 교사, 과학칼럼니스트)

※ 각종 잡지와 웹진 등에 과학에 대한 글을 기고 하고 있으며, 저서로 ,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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