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내버스 '세금 먹는 하마'(?)

입력 2006-05-25 11:02:49

대구 시내버스가 '세금 먹는 하마'가 되어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버스업체의 적자를 대구시 재정으로 메워준다는 내용의 '준공영제'가 시행된 가운데 버스업체들이 기사들의 임금인상을 대구시 책임으로 미루고 시로부터 돈을 더 받아야 겠다며 소송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이와 달리 준공영제가 돼도 버스서비스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버스 사용자단체인 대구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최근 대구시가 정한 '표준운송원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며 시를 상대로'시내버스 수익금 공동관리지침 등에 대한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표준운송원가가 올라가면 버스업체에 대한 시 재정지원이 늘어나고 결국 시민들의 세금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시는 버스 업체요구 수용시 약 1천억 원의 추가재정부담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버스조합 측은"대구시가 정한 표준운송원가인 버스 1대당 하루 43만 9천원(경유 일반버스)은 자체 조사한 원가보다 5만 3천원이나 낮다."며"준공영제의 본래 취지는 업계의 운송 적자를 보전해 주는 것으로, 원가까지 시가 책정하고 전액 관리하는 것은 완전 공영제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측은"표준운송원가를 재조정해 줄 테니 관련 근거 자료를 제출하라는 의견을 수차례 전달했지만 묵묵부답"이라 했다. 시는 또"유류비 조사결과, 29개 회사 중 14개 회사가 적자를 기록했지만 15개회사는 오히려 남는 것으로 나타나자 버스조합 측이 자료 제출을 포기한 것이며 버스조합 측은 이번 소송을 통해 시민 세금을 더 따내겠다는 속셈"이라고 맞받았다.

이와 관련, 버스회사들이 유류비 부담 증가를 이유로 버스 에어컨을 켜지 않아 승객들의 더위 고통이 나타나고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에어컨을 켜면 하루에 연료비가 35ℓ나 차이 난다."며"유류비가 크게 올라 현재 운송원가로는 에어컨을 켤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버스기사 A씨는"더위에 지친 승객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시가 업체말을 들을 것이란 얘기를 업체 측으로부터 들었다."며"버스기사들이 마음대로 에어컨을 켜지 못하도록 에어컨을 일부러 고장 내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이달 말 각 버스회사들의 차량 냉방장치 점검 상태와 운행 실태를 집중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버스업체들은 파업위기까지 몰렸던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도"운송수입금을 관리하고 운송원가를 정하는 시가 임단협에 나서야 한다."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 비난을 사기도 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업계 구조조정이나 유류 공동구매, 연비관리 등 버스업체의 자구 노력없이 막무가내로 지원해 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구시는 원칙대로 버스행정을 집행해야 하며 업자들 요구에 결코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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