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통일을 위한 첫 조건

입력 2006-05-25 07:06:41

2000년 6월 김대중대통령의 북한방문으로 통일에 대한 열기가 전국적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이때 김 전대통령이 다시 북한을 방문한다고 한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그런지 우리 국민들은 김 전대통령의 북한방문 소식에 그렇게 높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얼마 전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당면과제가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이들은 첫째, 빈부격차 해소 둘째, 국제경쟁력 강화 셋째, 도덕성회복 넷째, 정치민주화 다섯째, 남북통일을 들고 있다. 통일문제는 저 뒤편으로 밀려나 있다.

학생들이 통일문제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의 취직 걱정, 다양화 추세, 그리고 개인주의적 성향 등을 그 원인으로 들 수 있겠으나, 어쩌면 얼마 전까지 실시되어 온 학교통일교육에서 가장 큰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통일과 관련된 교육을 한다고 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통일문제에 대한 관심을 낮추는 이율배반적 현상을 가져온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동안 실시된 학교통일교육에 뭔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그 문제점이 무엇인지 간단히 찾아보기로 하자.

우선, 학교통일교육이 냉전논리를 바탕으로 한 반공·안보교육에 머물고 있었던 것 같다. 북한도 사람이 사는 곳이니까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함께 가지고 있는 사회일텐데, 아쉽게도 이전의 통일교육이 북한의 부정적 측면을 너무 강조하였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학교통일교육의 내용이나 방법이 대부분 정부의 방침에 따라 결정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통일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나 요구가 적절히 수렴되지 못했으며, 과거 권위주의정권들이 통일문제를 정권유지를 위해 이용하기도 했기에 학생들로부터 통일교육이 신뢰를 받지 못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통일관련 단원이 암기위주 교과의 한 부분으로 여겨졌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통일문제에 대해 능동적으로 찾아보고 또 진지하게 고민하기보다 점수만 받으면 그만인 단순한 내용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최근 통일교육이 반공·안보 차원에서 화해·협력 차원으로, 주입식·수동적 학습에서 참여적·체험적 학습으로, 그리고 정치·이념중심 교육에서 사회·문화중심 교육으로 변화되면서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좀 더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와 닿는 수업이 이루어져 학생들이 통일에 관련된 내용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겠다. 통일을 위한 첫 조건은 거창한 이벤트성 행사 같은 것을 마련하는 것보다 통일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성장환(대구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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