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 인권위원회가 초등학교 교사들의 일기장 검사를 인권 침해라고 지적한 뒤 교사들은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그나마 일기장을 통해 학생들의 일상생활이나 가정 문제, 감정적인 부분까지 흐릿하게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그 통로가 막혀버리고 나니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수업이나 점심시간, 짧은 휴식 시간에 보이는 모습만으로 학생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가슴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알기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교환일기는 예전부터 친한 친구들 사이에 가끔씩 보이던 형태였지만 인권위 지적 이후 이를 활용하는 교사들이 늘었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한 교환일기도 흔해졌다. 친구들끼리라도 가슴 속의 비밀을 터놓게 함으로써 우정을 키우고 고민도 도울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에서다. 한 사람의 깊은 비밀이라도 몇 명이 나누게 되면 교사의 눈에 어느 정도 보이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그맘때 이후 나온 오미경 씨의 동화 '교환일기'는 일기를 함께 쓰면서 조금씩 비밀을 털어놓고 감정을 공유하게 되는 초등학교 6학년생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작은 아버지 집에 혼자 던져진 강희,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동생과 함께 사는 민주, 부잣집 딸로 태어나 공주처럼 사는 유나 세 사람은 언뜻 잘 어울리지 않는 교환일기 친구처럼 보인다. 일기를 교환하는 이유도 지각과 벌청소로 조금은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강희와 민주의 시각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과 갈등, 고민을 솔직하게 풀어내면서 세 사람을 진정한 친구로 만드는 작가의 솜씨는 극히 자연스러워 조금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친구 사이의 갈등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해소해 나가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가장 삐뚤어진 생각 속에 갇혀 있던 강희가 사촌동생이 사 온 누에를 기르며 스스로를 탈피시키는 모습도 가슴 찡하다.
민주의 시 는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보고 싶은 엄마/보고 싶은 엄마/부르기만 해도/그냥 좋아서/자꾸만 자꾸만/부르는 이름//보고 싶은 엄마!/보고 싶은 아빠!/슬픈 편지를 보내면/눈물 답장 오겠지요?/기쁜 편지 보낼게요./웃음 답장 보내 주세요.//엄마 아빠 그리며/밤새 편지 써 놓으면/하늘나라 우체부/별똥별이/어느새 와서 가지고 가요.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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