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산동 주택화재, 누전 아닌 '방화'로 밝혀져

입력 2006-05-19 10:29:23

"경찰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

경찰이 상당수 화재의 원인을 전기합선 또는 전기누전으로 추정하고 소극적으로 화재사건을 수사하는 바람에 방화사건을 방조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경찰이 당초 '전기누전'으로 추정했던 화재 사망사건들이 방화로 밝혀지면서 경찰이 화재사건을 너무 쉽게 결론 내린다는 지적과 함께 경찰의 화재사건 수사에 불신감을 던져주고 있다.

대구 서부경찰서는 지난 10일 새벽 대구 서구 비산동 이모(81·여) 씨 집에서 발생, 이 씨와 딸, 외손녀 2명 등 모두 4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사건 원인을 전기누전으로 밝혔었다. 당시 경찰은 외부 침입흔적이 없다며 전기누전일 것이라고 설명했던 것.

그러나 경찰은 화재 6일 뒤인 16일 대구경찰청 홈페이지 대구경찰청장과의 대화란에 "사건진실을 밝혀달라."는 피해자 친구의 글이 올라오는 등 '방화 혐의점'이 제기되자 뒤늦게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였고 19일 최모(28) 씨에 대해 현주건조물방화치사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화재 당시 숨진 이 씨의 작은 손녀(21)와 알고 지내던 사이로,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건 당일 새벽 신너를 부어놓고 불을 붙인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04년에 발생한 1천5건의 화재사건 가운데 누전, 합선 등 전기가 화재 원인으로 추정된 사건이 327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해 역시 1천32건의 화재 중 전기부문 이상의 화재원인으로 추정된 사건이 342건으로 역시 최다였다.

전중함 대구보건대 소방관리학과 교수는 "화재원인을 못 찾을 때 어림짐작으로 몰아가는 것이 전기누전이나 합선"이라며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화재사건에 대한 조사에 나서는 것이 다반사며 결국 '억울한 죽음'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경찰은 비산동 화재사건의 경우, 사건발생 초기 전기누전이라고 설명했으나 방화혐의점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해왔다고 해명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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