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회장은 독식할 자리가 아니다

입력 2006-05-11 11:41:33

농협중앙회 정대근 회장이 검찰에 의해 전격 체포돼 금명간 구속 영장이 청구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서울 양재동 농협중앙회 사옥을 현대차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현대차로부터 수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차 비리의 다양함을 드러낸 사건이면서 농협의 한심함을 드러낸 개탄스런 사건이다.

농협중앙회 사옥 매각은 외환위기 이후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추진돼 수 차례 유찰 끝에 현대차에 간신히 팔아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농협 측은 정 회장이 현대차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검찰의 주장에 반신반의하고 있다고 한다. 사 주는 쪽에 감사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웬 금품수수냐는 것이다. 또 지난해 7월 농협법 개정으로 농협이 사업부문별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중앙회장은 비상임직으로 바뀌어 영향력이 없었을 텐데 하는 의구심도 있다. 그러나 부패는 일반 상식을 넘어선다.

이번 사건 역시 가진 힘만큼 먹이를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적 부패의 전형일 것임을 추단하기 어렵지 않다. 공무원 비리가 국민의 세금과 재산을 착복하는 일이라면 농협의 수장이 먹은 금품과 이를 기화로 상대방에 베풀었을 특혜는 결국 농민의 재산을 축낸 결과로 나타난다.

농업 현실이 어떠한가. 잇단 외국 농산물 수입 개방으로 찌들 대로 찌들어 가고 대미FTA협상 등 파고가 간단없이 밀어닥치고 있다. 거대화 관료화하면서 독직스캔들이나 일으키고 있을 시기가 아니다. 중앙회장을 비롯해서 방만할 정도로 많은 고위직들은 농민의 피땀을 외면하고 권세놀음이나 하라고 있는 자리가 아니다. 농협이 제구실을 했다면 한국의 농업 현실이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뼈아픈 자성 있어야 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