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해안 어민들 사이에 조업구역 분쟁이 치열하다. 소형 대게잡이 선박인 자망어민들은 대게 성어기간(12월 1일~5월 31일) 동안 연안 조업이 금지된 중형 기선저인망(이하 중형기저)의 어업 행위를 연중으로 확대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는 반면 중형기저 어민들은 절대 불가를 외치고 있는 것. 수협측이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자원고갈, 어가하락, 유가상승 등으로 어업기반 자체가 붕괴되면서 어민들의 분쟁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생존권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지난 8일 오후 울진 죽변수협 회의실. 자망어민과 중형기저망 어민측이 수협의 중재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나 결론은 없고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울진군내에만 120여척이 조업중인 자망어민측은 ▷자망 어구 투망 장소 1마일내 중형기저망 어선 조업금지 ▷자망 어망 분실 및 파손시 어망 및 3개월 평균 위판금액으로 보상 ▷대게 성어기간 죽변수협 위판 금지 ▷법상 중형기저망 어선의 6개월 특별금지구역(죽변면 용추갑 10해리~기성면 화모말 1해리 이내 해역)의 연중 확대 ▷죽변 중형기저외 다른 지역 중형기저 죽변 위판 금지 등 8개 안 준수를 주장했다.
그러나 군내 7척을 포함 동해안 전역에 40여척이 있는 중형기저망 어민측은 어구 투망 1마일 내 조업 금지 등 4개 안만 수용하고 특별금지구역 연중 확대 등 나머지 4개안에 대해서는 불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어구 손실 분쟁은 생존권 다툼=자망-중형기저망 측의 분쟁은 지난달부터 본격화 됐다. 이들간에는 늘 크고 작은 분쟁이 있었지만 자망측이 최근 중형기저망 어선의 자망 어구 손실 현장 증거를 입수해 경찰에 고소하면서 표면화됐다. 그러나 내면을 깊숙히 들여다보면 자원고갈, 유가상승 등 어업기반 붕괴가 그 원인이다.
자망측은 "중형기저망이 마구잡이식 싹쓸이 조업을 하면서 자망 어구를 망가뜨리는 등 피해가 크고 어자원 고갈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중형기저망의 대부분이 강원도 선박인 만큼 강원도에 가서 위판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중형기저망 측은 "잡는 어종이 비슷한데 특정 지역에서의 연중 조업 금지는 말이 안된다."며 "위판도 법적으로 보장된 만큼 양보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책은 없나?=근본원인이 어업기반 붕괴인 탓에 대책이 전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또 중재에 나선 동해안 수협들도 경영난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설 형편이 아니다. 타 조합 중형기저의 위판을 통해 한 푼의 수수료라도 더 받아야 할 처지인데다 법적으로 위판이 보장된 만큼 금지시킬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저인망 어민들이 대부분 수협 조합원인만큼 이들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어 애만 태우고 있다.
이영성 죽변수협 상임이사는 "정부가 감척하는 수밖에 대안은 없지만 그 보상 가격에 대한 정부 방침과 매매시가가 2배 이상 차이가 나 이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며 한숨만 쉬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기선저인망어업(機船底引網漁業)=해저에 붙어 살거나 가까이에 사는 어족을 동력선이 그물을 바다밑에 닿도록 해 끌고 가는 적극적인 어업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선망어업(旋網漁業)과 함께 규모가 큰 근해어업.
▲자망(刺網)=헤엄치며 이동하는 어족에 대해 띠모양의 그물을 설치해 잡는 것으로 띠모양인 그물 위쪽에는 부표, 아래쪽에는 추를 달아 그물이 수직방향으로 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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