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영화는 부활하는가? 느와르 '사생결단'을 시작으로 거친 사나이들의 땀내음 물씬 풍기는 이른바 남성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남성영화들은 그동안 성별과 연령을 초월해 폭넓은 사랑을 받으며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등 외화에 대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토양분을 제공해왔다. 최근 잇따른 흥행 실패로 고개 숙인 남성영화들이 이번에는 강렬하고 개성적인 남성 캐릭터와 그들의 대결 구도, 거기에 화려한 액션을 더해 명예회복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남성영화는 끝?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등 지금까지 흥행기록을 쓴 영화들은 대부분 남성영화였다. 이들 영화는 '한석규-최민식', '이병헌-송광호', '장동건-유호성' 등 최고의 두 톱 스타를 전면에 내세워 거친 액션과 선이 굵은 연기를 스크린에 담으며 성별과 연령을 초월한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최근 몇몇 작품들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충무로에서는 '남성영화는 끝난 것인가?'라는 자조 섞인 의구심들이 회자되고 있다.
특히 지난 연말부터 극장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태풍', '야수', '홀리데이' 등 남성영화의 흥행 성적은 부진했다.
한국영화 사상 최대 규모인 20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태풍'은 5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동시 개봉하는 총력전에도 불구 420만 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장동건-이정재'라는 톱 스타를 내세운 기대작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실망스런 기록이다. 지난 1월 개봉한 '야수'도 관객 100만 명을 겨우 턱걸이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영화인들은 여전히 남성영화의 부활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은 "최근의 남성영화가 박스오피스의 향방을 주도하는 20대 여성 관객들의 감성적이고 휴먼 취향과는 거리가 먼 면도 있겠지만 이것만으로 남성영화 자체가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한다고 단정짓기는 이르다."고 말한다.
◆스크린 감싸는 거친 숨결
18세 관람가라는 악재에도 순풍을 이어가고 있는 '사생결단'은 진한 부산 사투리와 홍콩 느와르 풍의 박진감 넘치는 화면으로 남성 관객뿐 아니라 여성 관객들에게도 어필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생결단'은 기존의 조폭류 영화들이 다루었던 힘과 주먹이 지배하는 판타지 세계를 강조하지 않는다. 현실 사회와 관계를 맺지 않고 그들의 세계에서만 힘을 과시하던 조폭도, '신라의 달밤' '두사부일체' 등에서 그려졌던 우스꽝스러운 웃음기는 제거됐다. 대신 현장감을 채워 넣었다. 한국영화에서 흔히 다루지 않는 마약을 소재로 다뤘다는 점도 이채롭지만 부산 올 로케이션으로 부산 뒷골목의 범죄세계를 현실에 가깝게 밀착시킨 점은 새로운 접근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봉을 기다리는 남성영화들도 그런 흐름을 따른다. 남성영화들은 한없이 부드럽고 미끈한 꽃미남, 얼짱에 몸짱이 남성의 코드로 주목받는 세상의 눈치와는 엇박자를 이루며 오히려 강한 남성을 스크린에 비춘다. 이들 영화에는 뽀얀 피부의 부드러운 사내들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스크린을 채우는 것은 몸뚱이 하나로 인생에 승부를 거는 남자 주인공들이다.
◇꽃미남들, 거친 남자세계에 몸 던지다
'짝패', '비열한 거리', '강적', '열혈남아' 등 제목만 들어도 진한 땀 냄새가 나는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 스타트라인에서 서 있다.
이들 영화들은 남성영화의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남성다움보다는 탄탄한 스토리 전개로 남성영화 흥행공식을 잇는다는 전략이다. 거친 남성들의 숨소리뿐만 아니라 그 뒤에 감춰진 삶의 의미를 섬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류승완 정두홍의 '짝패'는 순도 100%의 액션활극이 가져다주는 쾌감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액션키드' 류승완 감독과 대한민국 대표 무술감독 정두홍이 직접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는 갑작스런 친구의 죽음을 두고 십여 년 만에 재회한 다섯 친구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다. 극 중 두 짝패와 운명적으로 대적하게 되는 악역을 맡은 이범수는 수더분한 자신의 이미지를 180도 수정하며 파격적인 캐릭터 변신을 감행했다.(5월 25일 개봉 예정)
'꽃미남' 조인성이 냉혈의 조폭으로 변신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을 선보이는 '비열한 거리'는 전라도 배경으로 성공을 꿈꾸는 삼류 조폭의 이야기다. 기존의 조폭 영화와는 달리 인간의 욕망에 대해 진지하게 담아냈다.(6월 15일 개봉 예정)
'강적'은 배신한 동료들에게 복수하려고 탈옥한 죄수와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하려고 경마도박을 벌이다 동료를 잃은 형사의 꼬인 운명을 그린다. 박중훈 천정명 두 배우는 종로를 배경으로 밑바닥 인생의 이야기를 활기차게 그려낸다.(6월 22일 개봉 예정)
설경구 조한선을 주연으로 내세운 '열혈남아'는 조직에서 따돌림당한 한 건달의 처연한 복수극에 의도치 않은 가족애를 첨부했다. 거친 남자의 세계를 그리면서도 그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췄다. 설경구, 조한선은 참혹한 막장 인생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가슴 뜨거운 드라마를 보여준다.(8월 개봉 예정)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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