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이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벌써 몇 년째 환율하락에 대한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이번처럼 환율하락의 속도가 빨랐던 적은 없었다. 이처럼 가파른 환율하락으로 인해 수출 기업들은 당황을 넘어 한계상황이라는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다.
게다가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뿐만 아니라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까지 함께 떨어져 일본과 국제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더욱 암담한 상황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환율하락에 대한 뚜렷한 대비책이 없다. 그냥 어떻게든 하락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하루빨리 나오기만 바라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는 몇 년 전부터 여러가지 악재가 많았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유가와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 상승 압력이 거셌고, 여기에 환율까지 추락하고 있어 체념을 넘어 사업포기를 고려하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유가상승이나 환율하락 등 국내 경제환경과는 상관없이 국제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어쩔수가 없다고 체념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국제 환경 변화가 원인이라면 당연히 국가적인 대비책을 세워야 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책도 정부가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 시장에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그러나 과연 지금의 상황이 오기까지 소위 '보이지 않는 손'의 기능에만 맡긴 것이 옳은 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을 가진 기업이 적지 않다.
이번 환율하락에 대해서도 한번 짚고 넘어가자. 이번 환율 하락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IMF 외환 위기 이후 국내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증가한 데다 2003년 이후 지속된 무역수지 흑자로 인한 달러 유입, 주식시장 호조에 따른 외국인 매수세의 증가, G7 재무장관회의에서 제기된 중국 등 아시아권의 환율 절상 요구, 미국 금리인상 종결 가능성에 따른 달러 약세 분위기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자세가 미친 영향도 적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이번 환율문제에 대응할 기업의 대책으로 환변동보험이라든지 선물환거래, 결제 화폐의 다양화, 수출수입 계약시기 조절 등을 언급하고 있으며 기업혁신을 통한 생산원가 절감, 품질향상을 통한 가격 경쟁력 강화 등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기업들도 유비무환의 자세로 여러 가지 대응책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환변동보험이라든지 선물환거래 등을 이야기 했을때 얼마나 받아 들이고 적용할 수 있을까? 또한 기업은 정부가 말하지 않아도 생존을 위해 원가절감이나 품질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대책은 이미 환율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 이상의 의미를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국내 기업을 위해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했으면 한다. 물론 정부의 개입이 무조건적이고 무분별해서도 안되며, 글로벌 경쟁 시장의 질서를 깨뜨려서도 안된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그러한 환경에 너무 크게 흔들리지 않고 품질경영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그 개입에 대한 시각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이재하 ㈜삼보모터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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