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알아야 교양이 잡힌다] 인류의 문명과 과학기술

입력 2006-05-09 07:40:30

글로 쓰이지 않은 선사시대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고고학자들은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 등 그 당시에 쓰인 소재로 역사를 구분한다. 당시에 쓰인 도구는 유물로 발굴이 되어 당시의 생활상과 문명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좋은 척도가 된다.

석기시대는 인류의 조상인 원시인이 돌로 만든 도구를 쓰기 시작한 시대를 일컫는다. 석기시대에 살았던 인류의 조상은 자연에 존재하는 보잘것없는 돌로 도구를 만들었고 동물의 뼈나 나무 따위를 필요에 따라 활용했을 것이다. 그 이후 청동기시대는 구리를 제련하고 합금인 청동을 만들어 사용하던 시대이다. 철기시대는 지각의 철광석으로부터 철을 제련하고 이것으로 도구나 무기를 만들던 시대를 말하며 고고학에서 선사시대를 분류하는 세 단계 중 마지막 단계이다. 기원전 1200년에서 600년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이상의 예에서 볼 때 그 시대 나름대로의 과학기술이 그 시대의 문명을 좌우한 것을 알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좀 더 어려운 소재를 만들 수 있었고 좀 더 우수한 무기나 도구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볼 때 과학기술이 앞선 나라는 누구보다도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고 전쟁이 벌어졌을 경우의 승패도 과학기술이 좌우했다.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꽃핀 산업혁명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이루어졌다. 석탄의 활용과 철강의 생산, 증기기관을 바탕으로 한 기계공업의 발달이 목화를 원료로 한 섬유 공업을 탄생시켰고, 이후 각종 공업 제품의 대량생산은 농업사회에서 공업사회로의 변혁을 촉발시켰다. 영국의 산업혁명은 철도의 출현에 의해서 마무리가 되며 과학기술의 혁신과 이에 수반하여 일어난 사회, 경제 구조상의 변혁은 전 세계로 파급되었다. 석탄을 누구보다도 일찍 활용할 줄 알았던 영국은 당시 세계를 주무르는 패권국가로 군림할 수 있었다.

혹자는 19세기가 석탄의 시대였으며 20세기는 석유의 시대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21세기는 규석기 시대 즉 실리콘의 시대라고 말한다. 석탄은 고체연료이나 석유는 액체 연료로, 세계 최초의 유정(기름 우물)은 1859년 미국 펜실바니아에서 시작되었다. 석유의 용도가 확대된 것은 에디슨에 의한 전등의 발명, 다임러에 의한 가솔린기관 자동차의 발명, 디젤에 의한 디젤기관의 발명 때문이다 특히 1903년에 미국의 포드가 자동차회사를 설립하고 몇 년 뒤 독자적인 대량생산 방식을 확립한 이래 가솔린의 수요는 폭증하였다.

또한 1,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항공기가 급속히 발달하여 옥탄가 높은 가솔린의 제조 기술도 점차 발전하였다. 군함과 기선 등의 선박에도 점차 디젤화가 진행되어 선박용 연료도 석탄에서 중유로 전환되었다. 20세기의 패권은 석유자원을 누구보다도 앞서 잘 활용한 미국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상의 기술은 어떤 의미에서 뉴턴의 고전역학을 바탕으로 한다.

실리콘으로 대변되는 정보화 혁명, 디지털 혁명은 전자와 광자의 펄스로 이루어진다. 고체재료를 매체로 만들어지고 처리되며 전송되는 전자와 광자는 20세기 초에 태동한 양자역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며 20세기 중반부터 정보화 시대를 가능하게 하였다.

산업화는 늦었으나 정보화에는 앞서가자는 목표로 열심히 뛰었던 우리는 정보화를 바탕으로 한 산업화에 어느 정도 성공하여 실리콘을 기본으로 하는 메모리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자 분야에서 앞서가게 되었다. 21세기 실리콘을 바탕으로 한 정보화 혁명에서 누가 패권 국가로 등장할지 앞으로 두고 보아야겠으나 이 분야에서 앞서가는 나라가 되지 못하면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 우리 국민의 생활수준과 국가 안보가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

석유와 같은 지하자원이 부족하고 국토가 협소하여 식량자원이 부족한 우리에게는 우수한 인재를 바탕으로 한 정보산업만이 살길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에 진학하여 정보화 시대의 패권을 확보할 첨병 역할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우리의 생존이 여기에 달려 있다.

이시우(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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