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고교생 어머니, "우리 아들이 살아있다구요?"

입력 2006-04-28 09:36:48

"살아있다고요? 우리 아들 민교가 살아있다구요?"

1977년 8월 전남 신안 홍도 해수욕장에서 납북된 이민교(당시 18세.평택 태광고2년)씨의 어머니 김태옥(75.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씨는 아들이 북에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서는 믿어지지 않는 듯 계속해서 되물었다.

김씨는 "1995년 붙잡힌 남파 간첩을 통해 아들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긴 들었지만 실제로 살아 있다고 하니 막상 믿어지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닦았다.

4남매 중 둘째였던 아들의 갑작스런 실종은 단란했던 가정을 한순간에 파국의 길로 몰아넣었다.

이씨 아버지는 실종 초기 '아들이 섬에 팔려가 죽어라 일만 하고 있을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흑산도, 제주도 등 서.남해 섬들을 이잡듯 뒤지고 다녔다.

그 때 얻은 병이 중풍으로까지 악화돼 6년간 고생하다 1991년 결국 아들을 만나지 못한 채 숨지고 말았다.

"눈을 못 감고 돌아가셨죠. 이제 나라도 민교를 보고 죽어야 할 텐데..."

김씨는 남편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김씨는 "이제 살아있는 게 확인됐으니 하루라도 빨리 만나고 싶다"면서도 "아들도 북에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을 테니 굳이 남쪽에 내려와서 살지 않더라도 상봉만 성사될 수 있다면 좋겠다"며 끝까지 아들의 행복을 빌었다.

"다 커서 실종됐으니 지금 만난다고 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거여요. 우리아들이 잘생기고 키고 크거든요."

아들의 실종 후 30년 가까이 가슴에 멍울 졌던 한이 아들의 생존 소식에 어느정도 풀리는 듯 김씨는 설레는 목소리로 아들과 재회의 날을 기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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