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연극배우 김미화

입력 2006-04-28 07:29:36

"왜 무대에 서냐고요? 거기엔 사람이 있잖아요"

연극배우 김미화

"왜 무대에 서냐구요? 그건 제가 지루해 하지 않고 가장 오랫동안 해온 일이기 때문이죠."

연극배우 김미화(33).

100여 편이 넘는 작품 출연, 그리고 대구시립극단 최다 출연이라는 타이틀까지. 활발한 활동으로 연극 인생을 차곡차곡 써가고 있는 그녀를 대구연극계에서는 '성격파' 배우로 소개한다.

배우로서 자기만의 색깔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같은 일을 하는 연극계 선후배들이 스스럼없이 말해주는 것은 그 배우에 대한 대단한 칭찬이다.

"톡톡 튀는 역할을 많이 한 탓이겠죠. 아직은 한참 모자랍니다."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도 어느덧 10년. 이제 중견배우라는 소리를 들을 만도 한데 아직은 햇병아리란다.

뒤를 받쳐줄 후배 배우들이 무대 위로 뛰쳐나와 맘껏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지 못하는 연극계의 안타까운 현실이 묻어나는 말이긴 하지만 여전히 배울 것 많고, 채워야 할 열정이 더 많다고 한다.

연극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몇 차례 극장에 발걸음을 했던 관객이라면 무대 위의 그녀와 한 번쯤은 조우가 있었을 터. 약방의 감초처럼 대구에서 공연되는 많은 작품에 얼굴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시립극단 최다 출연 타이틀이다. 1998년 시립극단이 창단된 이후 단 한 작품을 제외하곤 모두 출연을 했다고 한다. 2003년부터는 시립극단의 정식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녀의 연기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는 의미.

2002년에는 '고추 말리기'라는 작품으로 전국 15개 시·도 대표가 경연을 벌인 전국연극제에서 연기상을 거머쥐면서 전국적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껏 해온 역들은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는 주연 배우와는 살짝 비켜 서 있다. 스스로도 "예쁘고, 멋을 부리는 주연 배우와는 인연이 없는 듯하다."고 했다.

그녀가 주로 했던 역은 못된 시누이, 뺑덕 어멈, 그리고 얄미운 악역들. 그 중에서도 '할머니' 역은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할머니 역은 그녀의 무대 인생의 길이와 비슷하다.

"98년 '혈맥'이라는 연극에서 대타로 할머니 역을 맡으면서 지금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갑자기 주어진 배역,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무작정 할머니들이 자주 찾는 두류공원, 달성공원을 100번도 넘게 들락거렸단다. 하루 3시간 귀를 쫑긋 세우고 할머니의 말투를 익혔고, 행동 하나하나를 몸으로 익혔다.

그런 노력이 빛을 발해 그해 대구연극제에서 신인상을 받게 됐고, 너무 강한 이미지를 남긴 탓에 할머니 출연제의 1순위가 됐다.

"아직 젊은데 맨날 할머니 역이니…. " 잠시 한탄도 해보지만 이내 할머니 역 하나에도 수십, 수백가지의 각기 다른 성격이 숨어있다며 할머니 역 '대가'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조연이냐 주연이냐는 그리 중요치 않아요. 그 인물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표현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동료들이 그녀를 '성격파' 배우로 칭하는 것도 맡은 배역에 몰입, 극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때문인 듯했다.

그녀가 갖는 연극의 매력은 뭘까. 거기에는 사람이 있다. "연극을 통해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이 너무 좋아요." 공연을 준비하면서 알아 가는 사람들, 배역에 몰입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각기 다른 삶, 그 속에서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을 키워간다고 했다.

그래서 힘들 때도 있지만 연극 무대야말로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세상이어서 영원히 떠날 수 없게 될 곳이라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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