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럼] 농촌을 전인교육의 장으로 활용하자

입력 2006-04-19 09:57:18

'세 살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한 인간의 삶에 있어서 어린 시절의 경험이 인격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이처럼 어린이의 균형 잡힌 성장과 인성발달을 돕기 위해서는 모든 자질을 조화롭게 육성하는 전인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단순한 '지식주입식 교육'이나 수동적인 '금지·지시중심의 인성교육' 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으로써 다양한 체험을 통한 풍부한 감성적 경험을 그 요체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농촌은 어린이들이 능동적인 참여 주체가 되어 다양한 체험을 펼칠 수 있는 전인교육의 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미, 선진 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어린이들의 올바른 인격형성과 정서함양을 위해 농촌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정부차원에서도 이를 적극 권장 지원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문부과학성과 농수산성이 공동으로 농촌체험학습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특히, 2002년부터는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학생 스스로가 학습하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종합학습시간'을 정규 교과로 신설하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프랑스는 '교육농장제도'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학교수업의 일환으로 농장체험을 실시하도록 권장해온지 오래다.

이 같은 맥락에서 지난 달 27일 체결한 대구시교육청과 농협대구지역본부 간 농촌사랑·농촌체험 협약조인은 학교교육차원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희망과 기대를 갖게 한다.

먼저, 어린이들은 자연과의 만남을 통한 깨끗한 정서, 일의 보람, 먹거리의 소중함과 그것의 생산 및 소비에 대해 직접적으로 체험하면서 협동상생 정신을 체득케 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체험학습을 통해 얻게 된 건강한 근로정신은 평생을 건실한 일꾼으로 살아가게 하는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농촌체험 학습 자체가 바로 머리(Head), 가슴(Heart), 손(Hand)의 3박자를 조화롭게 발달시키는 전인교육 활동이다. 한마디로, 노작활동을 통한 농촌체험학습은 어린이들의 감성지수를 높여 주는데 있어서 어느 교과목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둘째, 어린이들은 농촌지역의 고적지나 전통문화 등 역사문화탐방 활동을 통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게 된다는 점도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이다. 우리 것에 대한 올바른 역사인식을 심어주는 일은 자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을 키우는 일이며 결국은 세계화시대에 국제적 경쟁력을 배양하는 것과 직결된다.

셋째,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정성스레 지은 쌀밥을 농촌현장에서 맛 볼 수 있는 체험도 중요하다 하겠다. 쌀이 '쌀 나무의 열매'가 아니라는 관찰학습이나 농업인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의 주곡으로서 쌀은 단순한 먹거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 실제 통계를 보면 연간 우리나라 1인당 쌀 소비량이 1979년 135.6㎏을 정점으로 2004년에는 82.0㎏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쌀의 소비 부진은 쌀 생산기반을 붕괴시키고 급기야는 수입쌀에게 식량주권마저 내어주는 최악의 사태까지 예견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우리 쌀밥의 애용은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체질 개선은 물론 외국쌀 수입으로 황폐해진 우리농업까지 건강하게 바꿀 수 있는 농촌사랑 · 나라사랑교육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농촌이 훌륭한 전인교육의 장으로 존속되기 위해서는 팜 스테이 제도와 농촌체험마을의 확대 등과 병행하여 농촌사랑운동차원의 지속적인 농도교류가 활발히 전개되어야 한다.

나에게 남아도는 사과와 다른 사람이 가진 바나나를 서로 맞바꾸면 두 사람 모두 다양한 과일의 맛을 볼 것이 아닌가? 도농상생 차원에서 보면 서로가 배울 것이 있고 나눌 것이 많다는 점에서 더욱 발전적이고 긴밀한 관계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이준학 농협 대구지역본부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