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풀려본들"…이중 규제에 '한숨'

입력 2006-04-18 11:03:51

최근 대구 동구 지역 42개 마을, 91만 7천 평이 개발제한 구역에서 해제됐으나 2천292가구 주민들은 "땅값 상승만 부추긴데다 군사보호지역과 상수원보호지역 등 이중규제로 개발의 여지가 없다."며 불만이다.

게다가 혁신도시가 들어설 신서 택지개발지구 인근 주민들은 "제대로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삶의 터전을 떠나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구공항과 공군기지에 인접한 동구 둔산동 명당마을에서 35년째 사는 김모(73) 씨는 "어차피 여기는 군사보호구역으로 규제돼 그린벨트 풀려도 의미가 없다."며 "땅값이 과거에 비해 2배나 뛰었지만 실제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전혀 없는 실정"이라 말했다.

월촌마을 주민인 최모(78) 씨는 "항공기 소음으로 엄청난 피해를 겪고 있는 이런 곳에 부동산 업자들이 찾아와 땅을 팔라고 하는 게 신기할 정도"라며 "결국 다 투기 때문 아니냐."며 씁쓸해 했다. 이 지역은 평당 10만 원 정도였던 지가가 개발제한구역 해제 이후 평당 50~60만 원 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 미대동과 내동 등 공산댐 주변 마을 주민들은 상수원보호구역에 포함돼 재산권 침해가 여전하다고 했다.

내동 옥정마을 허모(여·57) 씨는 "우리 마을에는 팔공산과 연결되는 도로조차 없어 외딴섬이나 다름없다."며 "35년 전 밀가루 포대 하나 더 준다는 말에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에 동의한 탓에 강원도 오지보다 더 살기 힘들게 됐다."고 한탄했다.

미대동 구암마을 조모(68) 씨는 "지난 해 보호구역에서 해제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외지인들이 땅을 매입, 현재 이 마을 땅의 70% 이상은 외지인 소유"라며 "주민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규제 완화가 결국 남 좋은 일만 시키게 된 것"이라 한탄했다.

혁신도시 부지인 신서 택지지구 내 주민들은 낮은 보상금으로 인해 사실상 다른 곳으로 이주할 방법이 없다며 불만이다. 이미 인근 안심지역의 땅값이 오를 대로 올라 하양이나 경산 등 외곽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

혁신도시 부지인 동구 대림동 주민 김모(30) 씨는 "건평 130평인 집을 팔아도 반야월 30평짜리 아파트 전세도 못 구한다."며 "지난 해 지하철 기지창 건설 당시에도 보상금을 받았지만 턱없이 부족, 결국 남의 밭을 빌려 농사를 짓는 형편"이라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혁신도시 인근마을인 숙천동과 대림동, 사복동 일대 주민들도 걱정은 마찬가지. 혁신도시선정과 함께 땅값이 몇 배 올랐지만 취락지구만 그린벨트가 해제돼 별다른 혜택이 없다는 것. 특히 이 일대 주민들은 30년 이상 농사를 짓고 살아온 60, 70대 노인들이 대부분이어서 타 지역으로 이주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숙천동 주민 정모(69) 씨는 "개발소식과 함께 평당 35만 원이던 땅값이 평당 100만 원으로 뛰었다."면서도 "땅을 팔 생각도, 나갈 생각도 없지만 워낙 외지인들의 등쌀에 살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

부동산업자 김모(50. 동구 괴전동)씨는 "혁신도시 여파로 호가로 불리는 땅값만 있지, 실제거래는 거의 없다."며 "30년 이상 살아온 주민들은 개발 혜택 대신 투기 열풍에만 시달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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