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슬픈 '학교 풍경'

입력 2006-04-18 11:42:10

떡값'회식비'기름값'목욕비…. 이런 말들이 세간에 나돈 지는 오래됐다. 꼬이는 일을 잘 풀리게 해 달라며, '우리 애'를 잘 봐 달라고, 표를 구해 달라며, 도와줘서 고맙다고 '촌지(寸志)'가 오고갈 때 흔히 붙는 말들이다. 이런 관행으로 우리 사회는 알게 모르게 병들어 왔다. 심지어 정상적인 일 처리가 되레 뒷전으로 밀리는 등 페어플레이가 무색해지는가 하면, 한때의 '미덕'이 '죄악시'되는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런 바람은 교육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촌지 물의가 빈발하자 그 수수를 과잉 단속해 물의를 빚는 등 교권을 보호해야 할 일선 교육 당국이 교사들의 인권과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경우가 허다했다. 교육청 직원이 학부모를 가장해 함정 단속을 하거나 촌지 거부 서약서까지 강요하는 일이 벌어지고, 교무실의 캐비닛과 교사의 소지품을 검사하는 인권 유린 사태들이 빚어지기도 했다. 슬픈 '학교 풍경'들이 아닐 수 없다.

○…서울 지역 초'중'고 교장협의회가 올해부터 '스승의 날'인 5월 15일을 '자율 휴업일'로 결정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강제성은 없다고 하나 지난해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만큼 이날 문을 닫는 학교들이 전국적으로도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교직에 대한 긍지와 교권 존중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날이 이 지경이 됐다는 건 분명 비극이다.

○…공교육의 흔들림과 함께 교사의 권위도 크게 떨어졌다고 하나 사도(師道)는 언제까지나 살아 있어야 한다. 스승은 당연히 존경받을 수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계속 곤두박질하는 감마저 없지 않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아름다운 전통에는 금이 간지 오래라고 하더라도 '촌지 단속'이라는 미명 아래 교사들이 각별히 기뻐해야 할 날까지 도덕성을 의심받아 문을 닫는 날이 돼 버린 꼴이지 않은가.

○…교육에는 교사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촌지 등의 부작용이 있다면 그 극복 방안이나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스승의 날' 본연의 취지를 살리는 방안을 모색해야지 학교 문을 닫아거는 건 무리다. 교사들 스스로도 이날의 본뜻을 높여 나가야겠지만, 교육의 중심축과 주인공은 교사들이며 교권이 바로서야 교육이 바로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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