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대구 덕원고 기숙사 '청람사'

입력 2006-04-18 07:42:04

대구의 고등학교에도 기숙사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원거리 통학생들을 위한 기숙사가 아닙니다. 등·하교 시간도 아까워하는 공부벌레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주말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학교 울타리 안에서 보내는 거죠. 하루 취침은 5시간 안팎. 새벽에 잠들어서 새벽에 깹니다. 3학년생만 있는 게 아닙니다. 1, 2학년생도 여학생도 있습니다. 학생은 공부 시간이 늘고, 학부모는 학교에 맡기고 잊어버리니 좋고, 학교는 성적이 오르니 좋다고 합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시죠.

'딩.동.댕~'.

밤 10시 대구시 수성구 욱수동 덕원고. 야간 자율학습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학생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집으로 흩어지는 시간, 3학년 정인진(18.수성구 노변동) 군은 주섬주섬 책가방을 챙겨 교내 기숙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기숙사로 건너가는 다리위에서 심호흡을 한 번 해본다. 산에서 내려오는 밤 공기가 상쾌하다. 먼저 도착한 기숙사생들의 방에 하나 둘씩 불이 켜지고 있다. 교실동에서 불과 5분 거리. 사감에게 출석체크를 하고 이층 침대가 놓인 방에 들어서자 내 집에 온 것처럼 푸근하다.

"집에서는 스트레스 풀기가 어려운데, 기숙사 오니까 부모님도 편해 하시고, 통학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고...이제는 집보다 편해요."

정 군이 교내 학생 기숙사 '청람사'(靑藍舍.'청출어람'에서 따왔다)에 들어온 지도 벌써 5개월. 2002년 학교 이전과 함께 문을 연 기숙사에는 정 군과 같은 86명의 3학년 남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기숙사생은 희망자 중 원거리 통학자나 성적 기준으로 뽑는다. 정 군은 "각 반에서 3등 안에 드는 학생 중 한 명만 빼고 모두 기숙사에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도 대부분 반 석차 10등 이내.

기숙사의 일과는 빡빡하다.

소등시간은 밤 12시 20분. 그러나 1층 자습실은 새벽 1시가 넘어도 환하다. 평균 20~30명이 자리를 지킨다. 학원에 다녀온 학생들도 이즈음 숙소로 돌아온다. 침대와 사물함만 놓인 5평 크기의 방은 말 그대로 잠만 자는 공간이다. '방 정리 불합격 1점', '휴대폰 적발시 1점', '벌점 10점 누적시 1주간 퇴소'... 사감실 창문에 붙은 벌점표가 이 곳의 엄격한 생활지도를 짐작케 한다. 신재훈(18.경산시) 군은 "그래도 겨울 밤에 눈싸움을 하기도 했고 수능 100일 피자 파티도 한다고 하니 삭막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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