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땐 집중…쉴땐 확실하게' 高3 수험생활 중간점검

입력 2006-04-18 07:56:12

고3이 되면서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자신만의 포부와 꿈을 안고 힘차게 출발했다. 공부에도 속도를 붙였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되면서 일부 수험생들은 이미 지치고 있다. 잘못된 줄 알면서도 기존의 습관과 타성을 버리지 못해 시간을 허비하고 공부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중간고사가 다가오면서 학습의 흐름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입시도 다른 일이나 마찬가지다. 처음 시작은 비슷해도 중간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결과는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그 차이는 수험생활을 얼마나 능동적으로 이끌어 가느냐에서 비롯된다. 지금까지의 생활을 반성하고 다시 한 번 몸과 마음을 가다듬자.

▶생활습관은 올바른가

3월 초 의욕에 들뜬 수험생들은 그야말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에 몰두하려 든다. 의욕은 좋지만 절제되지 않은 생활은 공부를 망치기 십상이다. 공부할 때 집중해서 하고, 쉴 때 푹 쉬는 생활 습관을 들여놓지 않으면 수험생활 내내 피곤하기만 할 뿐 능률은 극히 떨어진다.

일주일을 단위로 한다면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후 시간 가운데 자신이 편리한 시간대를 선택해 반나절 정도는 공부에서 떠나 있는 것이 좋다. 잠을 자거나 컴퓨터, 음악, 영화 등 취향대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 힘들지 않을 정도의 산행이나 운동도 필요하다. 논술·면접에 대비해 책이나 잡지 등을 편안한 마음으로 읽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하루 생활을 놓고 본다면 반드시 낮 시간을 중심으로 계획을 완수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밤에 공부가 잘 된다고 늦게 잠자리에 들면 이튿날 오전을 망치기 쉽다. 학교 수업에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기초가 약한 상태로 머무르기 쉽다. 뿐만 아니라 생체 리듬이 깨져 만성 피로, 의욕 상실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특히 유의해야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이나 아침에 일어난 뒤에는 간단한 맨손체조라도 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나른함을 이기고 활기를 되찾는 데는 규칙적인 생활과 적절한 운동이 최선이다.

▶학습계획은 바르게 세우나

학년 초에 너무 욕심을 내 지키기 힘든 계획들을 잔뜩 세웠다가 무리해서 며칠도 안 돼 포기하는 학생이 의외로 많다.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실천 가능한 범위에서 계획을 세우고 반드시 달성하는 습관을 학년 초부터 확립해야 한다. 성취감은 피로를 잊게 하며 자신감의 원천이 된다.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일주일 단위로 학습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월요일부터 계획에 따라 공부를 하되 못 다한 부분이 있다면 주말에 반드시 보충해야 한다. 스스로 평가해서 계획이 완수됐다면 주말의 휴식이 한층 달콤하게 느껴지고, 다음 주 학습 계획을 세우는 데도 자신감이 생긴다.

하루하루의 학습 계획은 시간별로 세우기보다 중요도에 따르는 것이 좋다. 그날 공부해야 할 과목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부터 한다는 것이다. 하루 계획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잘 지키지 못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늘 못하더라도 손해가 가장 적은 과목을 뒤로 미뤄야 한다.

▶학습 습관은 내게 맞는가

공부 방법에 대해 질문해 보면 많은 학생들이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둔다고 한다. 복습 위주의 학습은 수능시험이 도입된 뒤로는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예습을 중시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과거 학력고사는 전후 맥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도 단편적인 지식만 암기하면 맞출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았지만, 수능시험은 기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추리력, 상상력 등을 동원해야 해결할 수 있다. 여기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예습 위주의 학습 태도를 확립하는 것이다.

예습을 내일 배울 내용을 다 알 정도로 공부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도 문제다. 예습이란 배울 내용을 미리 읽어보고 자신이 잘 모르는 부분이 무엇인지 점검하는 과정이다. 문제를 제기한 상태로 수업에 참여하면 집중력이 높아져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문제 제기 수준의 학습이기 때문에 예습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과목당 5분 정도면 충분하다. 자신의 학습 성향에 복습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고 해도 예습은 소홀히 하면 안 된다.

▶학교 수업은 제대로 듣고 있나

모의고사를 두세 차례 치른 이즈음은 생각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거나 성적 변동이 심한 학생들이 고민에 빠지는 시기다. 뭔가 뾰족한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휩싸여 정상 궤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하는 것이다. 학교 수업은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학원에 다니거나 혼자 공부해서 일찍 진도를 끝내려는 욕심이 생겨 흘려보내기 일쑤다. 정규 진도가 끝난 과목의 수업 시간에는 아예 다른 과목 공부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교 수업은 차분하게 기초를 다질 수 있는 최선의 기회다. 속도가 느린 만큼 소홀했던 부분을 다시 꼼꼼하게 챙길 수 있고, 막연하게 이해하던 개념이나 원리도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수능시험에 출제되는 모든 문제는 수업시간에 배운 교과서의 기본 개념과 원리에서 출발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학원 수강은 무리하지 않은가

고3생의 경우 대부분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하기 때문에 평일에 학원에 다니기는 상당히 어렵다. 일부 학생들은 오후 11시 이후에 학원에 가거나 과외를 받기도 하지만 수험생활이 장기 레이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바람직하지 않다. 학습 효과가 어느 정도 있다고 해도 체력적인 부담을 주기 때문에 만성 피로를 불러오기 쉽다. 자정을 넘어서까지 계속되는 강의는 피하는 것이 좋고, 특히 학원 수강을 통해 실제 학습 효과보다 무언가 공부했다는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는 게 더 크다는 판단이 들면 일찌감치 중단하는 것이 현명하다. 꼭 부족한 과목은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용해 수강하는 것이 좋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 학습 계획 어떻게 짜나

대학 입시의 최종 단계에까지 주어진 시간은 수험생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성패의 관건은 그 시간을 얼마나 적절하게 나눠 쓰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계속되는 학교 수업과 자율학습은 시간에 대한 개념까지 잊어버리게 만든다. 멍 하니 앉아만 있어도 일 년은 금세 가는 게 수험생활이다. 계획을 짜지 않으면 시간은 물처럼 흘러가 버린다.

▷단계적으로 목표를 설정하라=가고자 하는 대학과 학과부터 정하는 것이 좋다. 현재 자신의 수준에서부 터다소 상향된 지점까지 포함되는 3, 4개 정도면 충분하다. 여기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부분의 준비가 필요한지 점검해보자. 수능 점수를 올려야 한다면 어느 정도인지, 어느 과목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할지 나타난다. 다시 그 점수를 얻기 위해 어떤 방법이 적절한지 따져보면 세부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시간 계획의 출발점이다.

▷완충 장치를 설정하라=단기적인 계획은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루 계획을 세울 때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80~90% 선에서 학습량을 정해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일주일 계획을 세운다면 주말은 비워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못 채운 부분이 있다면 주말에 보충하고, 모두 채웠다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작심삼일을 생활화하라=계획은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세우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아무리 의지가 뛰어난 사람이라도 계획대로 행하기는 쉽지 않다. 계획을 실천하지 못했다고 낙심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실천하지 못한 이유를 파악해 다시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들어가는 것이 훨씬 낫다. 작심하면 삼일은 간다.

▷과목별로 안배하라=공부를 하다 보면 좋아하는 과목, 점수가 잘 나오는 과목에 손이 더 간다. 그러다 보면 싫어하는 과목은 자꾸 멀어진다. 모의고사를 통해 파악된 자신의 취약 과목이나 단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보충 방법을 세워야 한다. 예컨대 싫어하는 과목은 하루 중 가장 공부가 잘 되는 시간대에 배치한다거나, 모의고사 직후에는 취약 부분 점검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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