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일 지음/ 작은이야기 펴냄
'그리스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리스 섬들을 먼저 여행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리스 섬들은 이집트와 아시아 문명을 유럽으로 전파하는 가교 역할을 했으며 유럽 문화의 보고인 신화가 태어난 곳이기 때문.
그리스에는 3천100여 개의 섬들이 있다. 그 중 상당수가 그리스와 터키 사이 에게해에 모여 있다. 이슬람과 기독교 세력이 오랫동안 공방을 벌인 에게해는 우두(牛頭)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친 그리스 신화 속 영웅 테세우스의 아버지 아이게우스가 아들의 죽음을 슬퍼해 몸을 던진 곳. 에게해라는 이름이 아이게우스에서 유래된 만큼 이 곳에 있는 섬 하나하나에 고대 신화와 전설이 깃들어 있다.
시인이자 목회자로 16년째 그리스 아테네에 살고 있는 저자는 현지인들이 각별히 여기는 섬에 얽힌 그리스 신화와 전설, 그리스인들이 겪은 고통의 역사, 기독교 성지와 이교도 간의 갈등 등을 시적 감성으로 풀어내고 있다.
로도스섬은 태양신 헬리오스의 전설을 품고 있다. 로도스 도시국가인 린도스, 일리소스, 카메이로스는 헬리오스와 로도스가 결혼하여 낳은 세 아들의 이름과 같다. 로도스항이 개발되기전 로도스섬을 대표하는 도시였던 린도스에는 기원전 4세기에 세워진 아테네 신전의 42개 기둥 중 20개가 남아 오늘날까지 신화의 끝자락을 전해주고 있다.
아폴론의 고향 딜로스섬으로 여행갈 때는 큰 물병과 햇볕을 가리는 모자를 가져가야 한다. 아폴론이 태어난 곳이라 태양이 어느 섬보다 강렬하기 때문. 화려한 모자이크 바닥, 도리아식 대리석 기둥, 석상 등이 상업적으로 번성했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그리스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한 많은 섬 히오스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는 '히오스의 아이들'이라는 시를 통해 히오스 대학살의 처참함을 다루었다. 1822년 터키 군대가 히오스 섬에 상륙,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였다. 학살된 사람만 2만 5천 명, 노예로 끌려간 이들이 5만 명으로 모두 7만 5천 명의 주민이 섬에서 사라졌다. 20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히오스 주민은 5만 4천 명. 산업화, 도시화로 섬 인구가 줄어든 경향도 있지만 그 때 학살로 인구가 대폭 줄어든 영향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또 기독교 역사와 신비를 간직한 섬도 있어 신앙인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티노스는 최고의 순례지로 꼽힌다. 많은 병자들이 병을 고친 기적의 교회로 알려진 파나기나 에반겔리스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밖에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야니에게 '산토리노' 작곡 영감을 제공한 키클라데스 제도, 미노스 문명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는 크레타섬 등 에게해에 진주처럼 떠 있는 섬들의 이야기가 그림처럼 전개된다. 1만 1천 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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