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운인가?" 전국의 대나무가 말라죽고 있다

입력 2006-04-11 09:52:02

전국적으로 대나무 잎이 마르고 있다. 전국 대나무 재배면적의 24%를 차지하는 전남 담양을 비롯, 경남 합천·의령·밀양·사천 등 대나무 집산지는 물론이고 경북 고령·김천·상주·경주·봉화 등 곳곳에서 댓잎 절반 이상이 누렇게 변하는 고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인들 사이에선 "대나무가 죽으면 액운이 따른다"는 속설이 있으나 전문가들은 "지난 겨울 동해(冬害)에 따른 자연적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상주 내서면 고곡리 구이골 마을 뒷산의 대나무 숲은 거의 붉은 갈색으로 변했으며 댓잎들은 손을 대면 부서질 정도로 바싹 말라들고 있다. 이 마을 대나무들은 대부분 직경 5~10cm 크기로 높이만도 20여m에 이르는 50년생이 넘는 것들로 숲 곳곳에서 하얗게 말라죽고 있을 정도다. 이런 현상은 화서, 화북 등 대부분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주민 김학조(72) 씨는 "큰 수해가 있던 1998년에는 지금보다 대나무 고사가 훨씬 심했다."며 "올해는 지방선거도 있는 데 마을 대나무 숲이 말라들고 있어 주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40년전 집 뒷뜰에 대나무를 심었다는 이 마을 김순이(69) 씨는 "예전에는 대나무를 잘라 하우스 골조 등 각종 농자재로 활용했으나 이제는 용도가 별로 없어 방치해 왔다."고 말했다.

영주·봉화나 고령·성주·경주·경산 등 경북 곳곳에서 자생하고 있는 대나무도 마찬가지로 말라죽는 현상이 뚜렷한 실정이다.

박동서(58.영주 가흥동) 씨 등 주민들은 "사철나무인 대나무가 최근 몇 년 동안 겨울만 되면 잎이 노랗게 마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온·난대성인 대나무가 한계생장온도인 -10℃ 이하로 떨어지면 조직이 얼고 잎이 말라 죽는 자연현상으로 보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연구소 신현철(51) 박사는 "한계 생장온도 이하가 하루 이상 지속되면 피해가 발생한다."며 "지난 겨울의 혹한과 폭설이 주원인일 수 있으며 일시적인 현상으로 봄이 되면 되살아난다."고 말했다.

또 경북도 산림환경연구소 심상갑 임업시험과장은 "지난 겨울 일교차가 심해 대나무가 동해를 입어 말라 죽은 잎이 눈에 많이 띄는 것"이라며 "간벌하고 죽순을 채취하면 이같은 현상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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