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이 흐르는 풍경] 말은 칼보다 힘이 세다

입력 2006-04-11 07:11:45

『 神은 시골을 만들었고/인간은 도회를 건설했다//神은 망했다』이갑수 시인의 《神은 망했다>라는 시입니다. 단지 3행의 짧은 글이지요. 경구(警句)처럼 짧은 만큼, 시인이 '신은 망했다'고 단정하는 이유도 아주 분명합니다. 태초에 신이 '시골'이라는 자연을 만들면서 인간을 함께 만들었는데, 그 인간들이 자신을 만들어 준 신과 경쟁이라도 하듯 자연을 제멋대로 리모델링하여 '도회'를 건설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지요. 신의 뜻이 담긴 자연이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인간의 탐욕적 의지가 담긴 도회가 자리 잡아가기 때문에 신은 망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인간이 도회라는 문명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구약성서 창세기 11장의 바벨탑 이야기에서 찾아봅니다.

『온 땅의 구음이 하나이요 언어가 하나이었더라. 이에 그들이 동방으로 옮기다가 시날 평지를 만나 거기 거하고 서로 말하되 자, 벽돌을 만들어 견고히 굽자하고 벽돌로 돌을 대신하며, 역청으로 진흙을 대신하고 또 말하되 자, 성과 대를 쌓아 내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고자 하였더니 여호와께서 인생들이 쌓는 대를 보시려고 강림하셨더라.』

자연물인 돌과 진흙 대신에 인공물인 벽돌과 역청을 만들어 사용하면서 인간은 높은 성을 쌓아갈 수 있었으며, 벽돌과 역청이라는 인공물은 바로 그 시날 평야에 모인 사람이 서로 잘 알아들을 수 있는 한 가지 말로써 '의논'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말의 힘이지요. 그래서 신은, '이 인간들이 탑을 쌓아 하늘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하려고 하면 못할 일이 없겠구나. 그냥 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는 그들이 쓰는 말을 뒤섞어 놓아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는 처방을 내리지요. 그러자 인간들은 탑을 쌓던 일을 그만 두고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집니다. 가공할 만한 말의 힘입니다.

같은 말을 만 번 반복하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고 합니다. 말이 입 안에 있을 때는 사람이 말을 통제하지만, 말이 입 밖에 나왔을 때는 말이 사람을 통제한다고 합니다. 노래를 생업으로 하는 가수들 중에서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을 불렀던 차중락은 떨어지는 낙엽처럼 요절했고, 애절한 선율로 '하얀 나비' 수없이 날리던 김정호도 역시 젊은 나이에 나비처럼 훨훨 날아 저 세상으로 날아갔으며, '만남'이라는 노래로 스타덤에 오른 노사연은 그 노래가 한창 유행하는 동안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나요. 일상적으로 쓰는 자신의 말에 생명의 에너지를, 상생의 평화를 담아낼 일입니다.

김동국(시인)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