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에서 열린 세계적인 정보통신 전시회인 '세빗'(Cebit)을 보면 전시회 하나가 가져다주는 파급 효과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은 이번 세빗전시회에 무려 150억 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다. 웬만한 중소기업의 한 해 매출액과 같은 액수다. 삼성, LG 등 우리나라 기업이 세빗에 투자한 돈만도 엄청날 것이다. 그렇다면 참가국 76개국, 참가기업 해외 3천305개를 포함한 6천262개, 해외관람객 15만 명 등 45만 명의 관람객, 이들이 하노버와 인근 시에 떨어뜨린 지출은 수천억 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세빗 전시회 하나가 독일 하노버 전 시장 전체 매출의 50%를 넘는다는데 이는 국제규모 전시회 하나가 가진 영향력을 충분히 짐작게 하는 사례이다.
도시가 얻는 경제적 파급 효과와 함께 전시컨벤션센터의 수입도 이 같은 국제전시회에서 대부분 얻어진다. 지역의 대표적인 기업이 그 도시를 먹여살린다고 하지만 이쯤 되면 전시회가 하노버 전시장뿐만 아니라 하노버와 인근 도시까지 먹여살린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주요 국가별 전시장 수는 미국이 76개, 독일 23개, 영국 및 프랑스 17개, 이탈리아 21개, 일본 53개, 중국 147개다. 전시컨벤션센터를 기반으로 하는 대도시형 전시컨벤션 산업은 이미 선진국을 포함해 중국,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도시들까지 가세해 전시컨벤션 유치를 위한 도시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시산업의 대표격인 독일의 경우엔 정부가 전시산업의 파급효과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전시산업을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산업으로 활용하고 있다. 독일 주 및 시 정부는 전시장 건립 단계에서부터 부지 무상제공, 건축비 출자지원을 하고 있다. 또 각종 세제상 혜택 역시 다양해 부동산세·취득세·법인세·영업세를 면제하고 독일 전시회에 자국 기업이 참가할 경우 부가세 면세혜택까지 줘 인근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의 동종 전시회로의 이탈을 방지하는 한편 독일전시회의 규모와 세를 키우는데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전시회 입장권으로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프랑크푸르트 같은 경우에는 철도가 전시장 내까지 들어오게 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오는 19일이면 대구전시컨벤션센터(EXCO)도 개관 5주년을 맞는다.
개관 초부터 우려도 많았지만 지역민과 지역 경제계의 지원 덕분에 서울 코엑스를 제외하고는 전시장 가동률 3년 연속 70%대를 기록하며 전국 2위를 차지했다. 하노버의 세빗만큼은 아니지만 대구와 경북에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특화전시회들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소방방재안전엑스포의 경우 대구가 '사고 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안전산업의 메카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여러 가지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물론 전시회를 통해 상당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소방방재산업의 국산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더구나 참가업체의 80% 이상이 대구·경북이 아닌 역외 참가업체들이다. 이들이 전시회 기간(7일) 동안 대구·경북에서 먹고 자고 교통시설을 이용하면서 생기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무려 100억 원에 이를 정도다.
그러나 엑스코는 아직 그릇이 너무 작아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지방에서 처음으로 세워진 컨벤션센터이다 보니 너무 작게 지어 다른 도시로 대규모 행사를 뺏기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대구의 특화전시회가 잘되면 이를 더욱 키운다는 이유로 수도권으로 가져가야 한다며 호시탐탐 전시회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1년부터 엑스코에서 개최하던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와 전시회를 더욱 크게 만들어야 한다며 지난해 서울로 가져갔던 게 그랬고 소방방재안전엑스포, 대한민국 모터사이클 쇼 등 잘되는 전시회는 지금도 모두 탐내고 있다.
대구시가 전시컨벤션산업을 대도시형 서비스산업으로 선정, 육성하고 있고 또 세계 각국의 대도시들이 전시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경제적 파급효과를 얻고 있다면 이제 엑스코의 그릇도 좀 키워 이들과 자신있게 경쟁해 파급효과를 극대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창곤 엑스코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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