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공부를 잘못 시작해 한 번 멀어진 과목은 평생 가까이 하기 어렵다. 어른이라면 누구나 그런 과목 한둘쯤은 있을 터. 기자에겐 지리가 그 중 한 과목이었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우리나라와 세계 각국 도시의 특성과 산물, 바다의 해류와 하늘의 바람, 지구의 안쪽까지 글자 하나 부호 하나 빼놓지 않고 외우는 건 너무나 지겨웠다. 그래서인가 아직도 지도 없이 다닐 수 있는 산을 좋아하고, 여행 중에도 사람들에게 길 묻기를 편하게 여긴다.
하지만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가 축척이나 등고선을 물어올 때, 지도에 나타나는 학교와 논밭 따위의 기호가 어렵다고 할 때 고민스럽다. 아이에게도 지리를 괴로운 과목으로 만들고 말 것인가.
그러다 집 근처 어린이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지구마을 길잡이 지리'는 고민을 싹 없애기에 충분했다. 이 책이라면 외우지 않고도 지리를 이해할 수 있을 듯 싶었고, 어려운 내용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지리가 암기 과목이 아니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용은 넘쳐 보였다.
우선 초등학생을 위한 지리 입문서답게 지리의 뼈대를 제대로 보여주면서도 흥미를 잃지 않도록 구성한 점이 눈에 띄었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에서부터 출발해 지도에 담긴 뜻과 종류, 지도상의 위치까지 단숨에 넘어갈 수 있도록 했다. 이어지는 내용은 지리의 선구자들. 이집트 파라오 시대와 페니키아의 탐험대, 알렉산더 대왕, 중국의 장건 등 세상 곳곳을 발견한 탐험가들의 이야기다. 그 속에 지리의 원리가 숨어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대륙의 이동과 화산, 지진, 빙하 등을 통해 지구의 모습을 설명한 뒤 지구의 여러 대륙 이야기로 넘어가서 끝을 맺는 과정도 매끄럽다.
아이들의 재미를 위해 곳곳에 배치한, 작지만 쓸 만한 이야기들도 책읽기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귤의 껍질을 벗겨내면서 세계 지도가 일그러진 이유를 알게 해 주는 '흥미진진한 지리 탐구', 상처 입은 개를 가지고 경도를 재려 했던 사나이들 등의 이야기를 담은 '신기한 지리이야기', 낙타 한 마리와 막대기 하나로 지구의 허리를 잰 지리학자를 귀띔해주는 '지리학자 명예 전당' 등 제목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것들이다.
학창시절 지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부모라고 해도 먼저 한 번 읽고 나면 완전히 바뀐 마음으로 아이에게 지리 공부를 권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이라고 하면 더 붙일 이야기도 없을 것 같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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