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 "상업적 표절은 절대 안돼"

입력 2006-04-01 06:24:05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이 표절 시비와 지나친 상업화로 얼룩지고 있는 최근 국내 대중음악계에 쓴 소리를 했다.

신중현은 31일 오후 여의도 KBS 본관에서 진행된 KBS 1TV '파워인터뷰' 녹화에서 "'표절은 창작의 어머니'이지만 대중에게 장삿속으로 내놓은 것은 안된다"며 "노래 가운데 두 소절이 같으면 무조건 표절"이라고 밝혔다. 방송은 4월1일 밤 11시.

그는 최근 논란이 되는 이효리의 '겟 차'에 대해서는 "그 노래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전제한 후 "일반적으로 남의 곡을 많이 들어서 응용하거나 도움받는 것은 좋아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중가요계에 널리 퍼진 '샘플링'(원곡 주요 선율의 몇 마디를 차용해 작곡하는 기법)과 '립싱크'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샘플링과 관련, "사전에 원작자의 승낙을 받고 쓴다면 상관 없다"며 "전체적인 부분은 창작을 하고 부분적으로 샘플링을 이용하는 것은 오히려 창작에 도움이 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립싱크에 대해서는 "라이브 공연에서는 금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무대에는 정말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올라가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대중이 혼란을 느낀다"며 "TV 화면상에서는 가능해도 라이브에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음악에서 인간적인 호흡과 숨소리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인간적인 음악을 찾아서 대중에게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녹화에서 그는 대중음악에서 록음악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을 비롯해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서도 돌이켰다. 미8군 무대로 데뷔한 후 작곡가로 성공하다가 대마초 사건으로 활동금지를 당한 일도 소개했다.

"박정희 정권 때 청와대에서 전화를 걸어와 노래를 만들라고 했는데 거절했죠. 그게 활동금지의 불씨가 됐어요. 이후 술독에 빠져 폐인처럼 지내다가 노장 사상 덕분에 힘을 얻었습니다."

그는 1960년대 초 '애드 훠(Add 4)'를 결성, 국내에 한국적인 록 음악의 씨를 뿌렸다. '봄비' '미인' '아름다운 강산' '빗속의 여인' 등을 작곡했으며 펄시스터스, 이정화, 김추자, 김정미, 박인수, 장현 등 거물급 가수를 길러냈다.

올해 계획하고 있는 전국 순회 단독 콘서트와 관련, "단독 공연으로는 마지막 무대"라며 "프로의 음악이 어떻다는 것을 보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쯤 전국의 음악인을 모아서 역사에 없었던 대공연에 출연할 생각"이라며 "그 무대를 끝으로 정식 공연은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영화계의 스크린쿼터 제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크린쿼터 제도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주위 도움에 의해 존재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죠. 국내의 좋은 작품은 세계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있어요. 새로운 창작이 중요합니다. 이제는 그런 시스템이 필요 없지 않나 생각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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