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군 현풍초등학교(교장 정재복)가 다음 달 1일,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지난 2000년 100세가 됐던 대구 종로초교에 이어 역내 두 번째로 개교 100주년을 맞는 초등교육기관이다.
현풍초교는 1906년 4월 1일 지역의 높은 교육열기를 해소하기 위해 김승표 당시 현풍군수가 주선, 사립 구양학원으로 설립된 것이 모태가 됐다.
개교100주년기념사업회 김상태(41회) 회장은 "이 지역은 옛부터 한훤당 김굉필 선생을 제향하는 도동서원과 현풍향교 등 유림의 학풍이 곳곳에 뿌리내린 선비 고을이었던 터라 학문에 대한 욕구가 남달랐다."고 했다.
특히 조선시대 현풍현 관아가 있었던 곳에 자리를 잡은 현풍초교는 한 세기가 지나는 동안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군부시절 등을 겪으며 역사의 중심에서 지역 근대사의 흐름을 주도했다.
김 회장이 소개한 일화 하나. 일제강점기이던 1919년 2월 어느 날, 일본 황실의 조상이나 국가에 공로가 큰 사람을 신으로 모신 한 사당이 불길에 휩싸였다. 현풍신사였다.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이내 신사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현풍초교를 졸업한 독립운동가 故 이상철 옹이 중심이 돼 일으킨 이 사건은 단번에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학교는 폐교 위기에까지 내몰렸다고 했다. 이후 한반도를 뒤흔들었던 3·1 만세운동의 불길은 어찌 보면 현풍초교가 불씨를 댕긴 셈이다.
이후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은 학교에 또 한 번 시련을 안겨다 줬다. 당시 낙동강까지 내몰린 연합군은 마지막 방어선을 구축하기 위해 이 일대에 대대적인 폭격을 감행했다. 전쟁이 끝난 직후 현풍초교 교정은 수백 발의 포탄에 의해 형체를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전쟁도 이 곳 교육 열기를 잠재울 순 없었다."고 했다. "잔해를 깨끗이 치우고 교정엔 수십 개의 군용텐트가 들어섰어요. 다시 학교를 짓기까지 2, 3년 동안 텐트 속에서 수업이 계속됐지요."
독립운동가 이상철 옹을 비롯해 현풍 출신의 명사들은 문화예술계, 법조계, 학계, 정치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 포진하는 등 지역 인재육성의 요람이 됐다.
지난 1세기 동안 1만5천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결과다. 쌍용그룹 창업주인 김성곤 씨와 한국 체육계 발전에 기여한 엄삼탁 씨가 현풍초교 출신. 삼성중공업 김징완 대표와 맥섬석 곽성근 사장, 대구시 자문대사인 김주억 대사, 전 경북대 법대학장인 김석태 교수 등도 이 학교를 거쳐갔다.
현풍초교는 100주년을 기점으로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힘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해 7월부터 뜻있는 동문이 나서 '대구현풍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회'를 결성,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쓰기 위해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는 것.
개교 기념일인 오는 4월 1일엔 다채로운 100돌 생일잔치가 펼쳐진다. 생일상도 푸짐하게 차려놨다. 지난 100년의 역사를 재조명하기 위해 자칫 역사 속에 묻혀 버릴지도 모를 소중한 사료를 발굴한 기념문집 '현풍초등 백년사'도 발간했다.
백년사에는 사진으로 보는 현풍 100년, 모교의 터 및 주변 마을 이야기, 현풍초등교육 100년의 발자취, 자랑스런 동문 등이 실린다.
김상태 회장은 "동문이 힘을 모아 모교의 10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게 돼 너무 기쁘다."며 "개교 100주년을 계기로 학교가 더욱 도약하는 등 지역 최고 인재 육성의 요람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