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요덕 스토리'가 정치권의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전여옥 의원이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요덕 스토리' 감상문에서 연출자인 정성산 감독의 말을 빌려 열린우리당 의원 모두에게 초대장을 보냈건만 단 한 명도 관람하러 오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요덕 스토리에 눈과 귀를 닫은 노무현 정권은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반응도 쌀쌀하다. 전 의원이 한 번이라도 평화통일에 대해 고뇌한 적이 있느냐며 "전 의원이야말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공박했다. 이어서 "국민 소득 2만 달러, 3만 달러 시대를 위해 온 사회가 성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 격려하는 상생의 정치를 하지는 못할망정, 저주 발언이나 일삼는다"며 답답해 했다.
○…정치권의 논쟁은 그 진정성 여부를 떠나 아니면 그만이고 식의 말장난과 덮어씌우기 식 언어폭력이 거의 만성화됐다. 이번 논쟁처럼 사돈 남 말 한다는 속담처럼 도저히 자신의 처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도 쉽사리 한다. '상생의 정치'를 하려면 논란의 대상에 대한 상호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요덕 스토리'를 보지도 않고 벌이는 말싸움은 딴죽일 뿐이다.
○…'요덕 스토리'는 함경남도 요덕군 산골짜기에 실재하는 정치범 수용소 이야기다. 북한 최고의 무용수 강련화가 주인공이다. 그녀의 가족은 어느 날 아버지가 남조선의 스파이로 몰리면서 모두 지옥 같은 요덕수용소에 끌려간다. 그녀는 수용소장에게 겁탈당해 임신을 한다. 2시간 30분 동안 강련화의 처절한 삶과 수용소의 잔학한 실상이 펼쳐진다. 옥수수 한 줌에 아귀다툼을 벌이는 짐승 같은 모습, 꽃제비의 손목을 자르는 형벌과 처형….
○…연출자 정성산 감독은 탈북자 출신의 영화감독이다. 그는 억압과 고통에 갇힌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참상을 사랑과 용서로 풀어냄으로써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했다. 무조건적인 적대감으로 만든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요덕 스토리는 북한의 혁명 가극 형식과 미국 브로드웨이 스타일을 결합한 수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공연 이후엔 해외 공연도 예정돼 있다고 하니 일반인은 혹시 못 보더라도 정치인은 봐 두는 게 좋지 않을까. 보고 나서 비판을 하더라도.
김재열 논설위원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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