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논란 그치지 않는 대중가요계 "시스템이 문제"

입력 2006-03-29 07:18:45

표절논란이 또다시 대중가요계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논란의 표적이 된 곡은 가수 이효리의 2집 타이틀곡 '겟차(Get ya)'. 미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두 섬싱(Do Something)'을 표절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미 원저작권측은 "일부 표절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정작 '표절'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분명한 그들임에 비추어볼 때 다소 모호한 의견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번 논란이 '원만한 해결'로 마무리된다고 해도 우리 가요계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모두 걷어낼 수는 없다. 표절논란, 그 원인과 이를 막을 제도적·도덕적 해결책은 없을까.

◆표절논란 왜 불거지나="편곡이 비슷한 것도 표절이다", "트렌드의 수용일 뿐이다"

이효리의 '겟차' 외에도 실제 표절여부와 무관하게 논란에 시달리는 곡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승기의 '가면'(마룬5의 'This Love), 장우혁의 '지지 않는 태양'(블랙 아이드 피스의 'Let's get retarded') 등의 곡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처럼 표절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곡들은 표절대상으로 거론되는 곡들과 음정이나 리듬은 다르지만, 원곡이 없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곡들이라는 지적이 많다.

반론도 있다. 표절로 보기보다는 해외 팝 트렌드의 수용일 뿐이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전 세계가 미국 팝 음악의 영향권에 있고, 국내 팬들도 R&B와 힙합 등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해외 팝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효리도 지난 2월 컴백기자회견에서 "나는 대중가수다. 어떤 음악이 대세라면 표절시비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고 그 음악을 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음악계에서 일반화된 '샘플링(Sampling)'이 표절논란에 오르기도 한다. 원곡자의 허락을 받아야하는 샘플링은 특정음원의 멜로디나 리듬을 따와 곡을 만드는 것으로 표절과는 차이가 있다. 또 우리나라 대중음악 시스템을 거론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몇몇 작곡가는 한 달에 수십 곡을 쏟아낸다. 그러다 보면 본인이 쓴 노래를 카피하거나 외국음악의 조합을 하게된다는 것.

그러나 해외 히트곡을 닮는 것을 당연시할 정도로 외국 곡의 분위기를 차용하는 것이 우리 대중음악계의 허약한 실상이다. 이번에는 이효리가 호되게 넘어졌지만 그 누구도 표절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이다.

◆제도적 장치마련 어떻게=우리 대중음악이 아시아권에서 거센 바람을 타고 있는 지금, 이같은 논란을 근절할 방법은 없을까. 표절문제는 지금까지 수없이 불거졌지만 정면으로 부딪혀 결말을 본 사례는 드물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곡들은 당장 법적으로는 표절이 아니다. 지난 1999년 공연법 개정으로 사전 음반 심의 기구가 없어지면서 '2소절(8마디) 이상 음악적인 패턴이 동일하면 표절'이라는 관련 규정도 함께 소멸됐다.

대신 원저작권자가 법원에 고소장을 낼 경우에만 실질적 유사성과 접근성 등에 근거해 표절여부를 가리고 있다. 또 작곡가들의 양심에만 맡기고 있는 현행 가요계 시스템도 문제요인이다. 제2의, 제3의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한 작곡가는 "짧은 시간 안에 퀄리티 있는 맞춤형 곡을 쓰려다보면 의도하지 않게 이미지 카피 혹은 멜로디의 조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불필요한 분쟁에 휘말리기에 앞서 저작권과 관련된 제도적 장치마련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국내외 음반사와 저작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음악출판사협회(KMPA) 등의 협의로 가이드 라인을 설정하는 등의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대중가요팬들은 이효리 표절논란이 음반업계의 창작활동에 새로운 의욕을 불어넣는 계기를 다지는데 기대와 희망을 걸고 있다.

노진규기자 jgroh@msnet.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