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칠불암과 신선암마애보살상

입력 2006-03-29 07:55:35

금오봉(468m)과 고위봉(494m)을 아우르는 경주 남산. 동서로 4㎞, 남북으로 10㎞를 품고 있다. 하지만 봉우리마다, 골짜기마다 불상이며 석탑이다. 그래서일 게다. 한번이라도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천박물관이라 했다. 그리 높지도, 험하지도 않은 신라인들의 불국토. 때문에 가족답사지로도 이만한 곳이 없다.

이번엔 칠불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칠불암 코스의 출발은 통일전. 주차장 옆의 서출지와 400m쯤 더 가면 나타나는 남산리 삼층석탑은 하산길에 들른다.

남산리 석탑을 지나 남쪽마을까지는 승용차가 들어간다. 이곳에서 칠불암까지는 50분 가량. 봉화골을 따라가는 산행은 소나무 오솔길이다. 가벼운 트레킹 코스 마냥 즐겁다. 소나무숲길 양쪽으로 진달래가 피어나기 시작해 즐거움은 더 크다. 4월 첫 주말이면 이곳도 진달래 천지가 될 듯하다.

40여분 쉬엄쉬엄 오르면 약수터가 나오고 그 위로 산죽이 터널을 이뤘다. 터널 속은 가파른 돌계단. 5분도 안되는 돌계단은 조금은 지친 여행객에겐 고통이다. 한발한발 힘겹게 오르면 시야가 탁 트이고 일곱 부처가 반긴다. 큰 바위 네 면에 마애불이 새겨져있고 뒤쪽 바위엔 삼존불이 새겨져있다. 사방불(四方佛)이 삼존불 앞에 있어 한꺼번에 이들을 볼 수 없다. 자세히보니 사방불의 생김새와 크기가 제각각이다. 바위가 생긴 모양대로, 크기 그대로 불상을 새기다보니 그렇게 됐으리라. 바위를 정육면체로 다듬지 않고 자연그대로의 미를 살렸다.

신선암 마애보살상은 칠불암 뒤쪽 우뚝선 바위 정상에 있다. 10분 정도 에둘러 올라가면 된다. 절벽길이다. 가파른데다 미끄러질 위험이 있어 조심해야 할 곳.

마애보살상은 깎아지른 절벽의 바위에 새겨져있다. 바위를 약간 깎아내 둥근 감실 형태로 만들고 그 안에 마애보살상이 구름을 탄 듯 모셔져있다. 벼랑 끝은 방금 지나온 칠불암. 아찔한 현기증이 인다. 무슨 재주로, 왜 이렇게 높은 곳에 불상을 새겼을까. 해답은 금방 드러난다. 눈길을 들면 경주지역의 벌판이 쫙 펼쳐지고 저멀리 토함산이 발아래로 보인다. 동해에서 솟은 태양이 토함산을 지나 가장 먼저 이곳을 비출 것이다.

신선암을 지나 백운암-천룡사터-틈수골 마을로 하산하는 것이 답사코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신선암에서 되돌아내려 온다. 하산길은 몽롱하면서도 기분 좋다. 넋을 잃었던 신선암의 여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글.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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