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불행한 과거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27일 오후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를 찾은 관광버스에서 희끗희끗한 머리칼의 노인, 나이 어린 꼬마 등 40여 명이 차에서 내렸다. 다양한 연령대라는 일행 구성도 신기했지만 귀에 들리는 말 또한 낯설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귀화, 왜적에 대항한 모하당 김충선(일본 이름 사야가·1571~1642년) 장군의 위패가 모셔진 녹동서원을 찾은 일본인들이었다. 일행은 김충선 장군의 영정 앞에 술을 올리고 향도 피웠다.
후카자와 아카리(11)· 마부네(9) 자매는 까치발을 한 채 그 모습을 지켜봤다. 반전주의자이자 과거사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 후카자와 쇼(38) 목사와 함께 왔단다.
"봄 방학이라 역사를 배우러 한국에 간다는 아버지를 따라 왔어요. 사야가 장군 이야기는 처음 들어봤습니다. 아직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는 안 되지만 그 분이 일본에 나쁜 일을 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자매는 한창 뛰놀 어린 나이지만 김충선 장군의 14대손 김재덕(87) 할아버지의 유창한 일본어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제 15회 노 모어(NO MORE)! 왜란 실행위원회(이하 실행위원회).' 한국인의 입장에선 영웅이지만 일본에선 조국에 대항한 배신자로 치부할 수 있을 법도 한 인물을 찾아 바다를 건넌 것이다.
이 행사는 임진왜란 발발 400주년이었던 지난 1992년,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근거지였던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성에서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과 항의를 목적으로 처음 열렸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7번째. 1년에 한 번 울산, 여수 등 임진왜란 관련 유적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역사를 배우는 중이다.
행사 도중 이들이 다 함께 부른 노래는 '봉선화', '갑돌이와 갑순이' 두 곡. 실행위원회 안내를 도맡은 주문홍(51) 재일대한기독교회 고쿠라교회 목사가 웃으며 사연을 들려줬다.
"'봉선화'는 일제 치하에서 신음하던 한국인들의 설움을 담은 노래여서 이들에게 알려줬어요. '갑돌이와 갑순이'는 표현하지 못한 사랑을 담은 노래잖아요. 한일간 이해와 사랑이 싹터 서로 속마음을 표현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함께 부르는 겁니다."
실행위원회에 모인 사람들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을 경계하면서 한일 양국이 손을 잡고 세계 평화에 앞장설 수 있기를 바랐다.
가와모토 요시아키(63) 실행위원장은 "일본인들은 전쟁의 무의미함과 조선 사람의 예의범절, 의(義)에 감명을 받고 투항했던 사야가 장군의 정신을 깊이 새겨야 한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