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에 일어난'페놀사건'은 대구는 물론 전국을 충격 속에 몰아 넣었다. 최대의 환경사고로 여겨지는 페놀사건에다, 시커먼 물이 흐르는 금호강은 대구를 전국에서 수질환경이 가장 나쁜 도시로 각인시켰다. 대구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위천국가단지 조성이 결국 물건너 간 것도 오염된 금호강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2006년. 대구는 '수질오염 도시'란 굴레를 벗어나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유엔환경계획(UNEP)이 주는 환경상인'지구의 챔피언들'상 수상에 도전,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전국적으로 악명을 떨쳤던 금호강의 수질개선은'경이로울'정도라고 대구시와 환경부는 평가했다. 지난 1984년 111㎎/ℓ였던 금호강 강창교 지점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최근에는 3.7㎎/ℓ로 개선됐다.
낙동강과 합류하기 직전인 강창교 지점 수질이 2급수(BOD 1~3㎎/ℓ) 수준에 도달한 것은 물론 금호강 중·상류지점의 수질은 2~3㎎/ℓ로 2급수로 올라섰다.
낙동강 역시 88년 BOD 21.1㎎/ℓ였던 고령교 지점의 수질이 최근에는 2.6㎎/ℓ로 크게 낮아졌다.
장정석 대구시 수질보전과장은 "금호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화원유원지 부근 경우 10년 전만해도 금호강의 시커먼 물이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모습이 확연하게 보였다."며 "그러나 지금은 금호강 물이 맑아져 육안으로 구별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구의 도심 하천인 신천 역시'환골탈태'했다. 금호강에서 물을 끌어오거나, 신천으로 흘러드는 물을 정화한 물을 상류로 보내 하류로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신천의 유지수를 확보하고 수질 개선에 힘을 쏟은 덕분에 지금은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이 사는 환경 하천으로 탈바꿈했다.
◆외국의 하천들을'누른' 금호강
하천정화 사례로 세계적으로 공인을 받는 영국의 템즈강. 1830년부터 1971년까지 환경 기초시설을 확충하고 강 관련 법 제정 등을 통해 연어가 회귀하고 BOD가 3㎎/ℓ인 환경하천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템즈강이 이렇게 되는 데엔 141년이나 걸려 23년 만에 환경하천으로 변신한 금호강에 필적이 되지 않고 있다.
독일 라인강 역시 라인강 수질개선 계획실천 및 나트륨 염화물협약 등에 힘입어 1975년 BOD 8㎎/ℓ였던 수질을 1990년엔 3㎎/ℓ로 낮췄다. 수질 개선에 걸린 시일은 1963년부터 1986년까지 23년으로 금호강과 엇비슷하지만 BOD가 8㎎/ℓ인 것을 3㎎/ℓ로 낮춘 데 불과해 BOD가 100㎎/ℓ가 넘었던 금호강의 수질개선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다.
일본 도쿄의 다마천도 1971년부터 1994년까지 COD 총량규제, 하수도 보급률 100% 달성을 통해 수질을 개선했다. 그러나 BOD 19㎎/ℓ였던 것을 3.5㎎/ℓ로 낮춘 데 그쳐 금호강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금호강은 수질개선에 나선지 15년 만에 잉어와 붕어가 서식하는 환경하천으로 탈바꿈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질개선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과 환경단체, 행정기관의 '합작품'.
금호강 수질개선 등 대구의 수질이 획기적으로 좋아진 것은 하수처리시설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시민들의 환경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시민·환경단체의 감시 등이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1983년부터 지금까지 수질개선에 투입된 대구시 사업비는 1조 8천 284억 원. 다른 광역단체보다 월등하게 많았다. 하수처리장 6곳을 가동, 하수를 100% 고도 처리해 내보내고 오수차집관거, 노후 및 배수불량지역 하수관거 정비, 축산분뇨처리시설, 공단폐수 처리시설 등을 선진국 수준으로 갖췄다. 여기에 금호강 및 신천종합개발계획을 통해 하천바닥에 있는 오니를 파내고 도수로 공사 등을 통해 하천의 유지수 확보에 공을 들여 생태하천으로 변모시켰다.
대구시 관계자는 "1991년 페놀사건 등 환경오염사고가 준 교훈에 따라 선진 수질환경기반을 갖춘 것이 수질개선에 크게 이바지했다"며 "시민들이 적극 참여하고 시민·환경단체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생명의 강이 흐르는 도시로 변모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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