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현대차 사주 전방위 압박…협조여부가 수사 변수

입력 2006-03-28 10:51:14

현대차 그룹 정몽구 회장이 아끼는 재무통인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이 체포된 지 이틀 만에 구속영장이 청구됨에 따라 대검 중수부수사가 현대차 사주 일가 쪽으로 향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주은 사장은 지금까지 30년간 줄곧 경리업무만 맡았고 자본금 12억5천300만원으로 시작한 글로비스를 급성장시켜 지난해 거래소에 상장시켜 회사 최대주주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재산증식'에도 기여하는 등 그룹의 '자금줄'을 쥔 핵심 인물.

검찰이 아직까지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사장 등 '경영권 세습 의혹'의 핵심 인사들에게 별도의 강제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이주은 사장 조사를 통해 '자금줄'을파악하게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여지가 다분하다.

계열사 비자금이지만 결국 총수의 지시나 허락 없이 조성되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정관계 고위 인사들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커 검찰로서는 '자금집행인'의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해 '최고책임자'를 상대로 확인하는 과정을 밟을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은 돈'을 만진 사람이 용처를 순순히 밝힐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든만큼 검찰은 경영권 편법 세습 의혹과 비자금 조성 과정의 불법행위 등을 지렛대로삼아 현대차를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수사스케줄에 따라 검찰은 먼저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 실무자 및 하도급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비자금 조성 경위와 조성 방법, 정확한 비자금 액수 등을파악하는 등 기초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비스의 급성장 배경과 정의선 사장의 주식투자 내역 등을 꼼꼼히 조사해 경영권 세습의 재원 마련 과정에서 어떤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도 샅샅이 살펴볼 것으로보인다.

과거 대선자금 수사 당시 현대차 그룹의 엄청난 비자금이 계열사 지하 창고에서보관됐다가 들통난 전례에 검찰이 수사 진행 도중 현대차 계열사들에 대한 2차, 3차압수수색을 실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 사주 일가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드러날수록 검찰이 법원에서 각종 구속영장 및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기가 더 쉬워질 뿐 아니라 여론도 현대차에불리하게 전개돼 사주 일가로선 사면초가의 위기를 맞는 상황도 점칠 수 있다. 하지만 경영권 상속 문제는 특수부 수사보다 금융조사부 수사 영역이라고 보는게 맞고 건축 인허가 비리만을 잡기 위해 대검 중수부가 대기업 계열사 본사를 압수수색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의 본류가 무엇인지는쉽게 가늠할 수 없는 편이다.

다만 현대차 사주 일가의 수사 협조 여부가 향후 수사 범위와 방향을 결정하는중요한 변수가 될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검찰로서는 김재록씨와 연관된 정관계 고위 인사들의 불법 행위를 찾아내는 게가장 중요한 수사 목표일 수 있고 그럴 경우 현대 비자금을 디딤돌 삼아 '김재록 게이트'를 규명하려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이 "수사의 본류는 현대차 그룹의 경영권 상속도, 건축 인허가 비리도 아닌, 김재록씨의 범행"이라면서 "수사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현대차 측에 '수사 협조 요구' 의사를 넌지시 전달한 것으로 볼 수있다.

따라서 수사에 대처하는 현대차 임직원들에게서 어떤 진술이 나오느냐에 따라수사의 방향이 '현대차 그룹 전면 수사'냐 '김재록 게이트의 신속한 수사'냐로 갈라질 공산이 크다.

글로비스 비자금의 용처 조사 과정을 통해 김재록씨와 관련된 각종 비리 단서가포착되면 경제부처 고위 인사들에 대한 소환조사와 계좌추적, 출국금지 등도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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