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치러진 모의고사 결과를 두고 분석이 분분하다. 고3에 올라와 처음 모의고사를 치른 수험생 입장에서는 결과를 대하는 자세가 여러 모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의고사를 치를 때마다 이런저런 분석과 예측에 휩쓸려 유행을 좇듯이 공부를 하다 보면 수능시험이라는 최종 승부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원칙을 굳건히 세워둔 상태에서 사실에 근거한 정보, 통계에 바탕을 둔 자료, 이를 종합한 예측 등 신뢰할 만한 내용들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난이도=11월 수능시험을 향해 달려가는 수험생들로서는 모의고사를 치를 때마다 달라지는 영역별 난이도가 이만저만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또한 지난해 수능시험 영역별 난이도를 근거로 내놓은 입시기관들의 예측은 믿어야 할지 무시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모의고사의 난이도가 이 같은 예측들에 맞춰지는 것을 보면 더욱 혼란스럽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수능시험이 상대평가라는 사실만 확실히 인식하면 난이도에 대한 걱정은 어느 정도 덜 수 있다. 특정 영역이나 과목이 아무리 어려워도 이는 모든 수험생들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현행 입시에서 수능시험을 반영하는 방법이 다른 수험생들과의 비교를 통해 이뤄지는 상대평가라는 얘기다.
난이도 조정이 출제자들의 의도와 꼭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니란 점도 수험생들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가령 지난 2년 동안 언어영역은 변별력을 상실할 정도로 쉽게 출제됐다. 때문에 올해 다소 어렵게 출제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어느 정도일지는 출제자조차 가늠할 수 없는 문제다.
지난해 수능시험처럼 언어영역이 쉽게 출제되고 수리영역에서 공간도형 문제가 여럿 출제되는 등 여학생에게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수험생이 어떻게 조정하거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여러 가지 경우에 대비할 수 있도록 광범위하게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표준점수 차이=이번 모의고사에서 영역별 원점수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최대 48점까지 벌어졌다. 수리 나형이 188점으로 가장 높았고 수리 가형 164점, 외국어 154점, 언어 140점 순이었다. 사회탐구 영역에서는 경제와 세계사가 80점으로 가장 높았고, 윤리는 66점으로 가장 낮았다. 과학탐구는 물리Ⅰ이 82점으로 가장 높게 나온 데 비해 생물Ⅰ은 68점에 그쳤다.
영역·과목별 난이도와 응시집단의 유형에 따라 표준점수는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물론 수험생의 선택이 많은 과목이나 쉽게 받아들여지는 과목, 상위권 대학에서 필수 선택으로 정해놓은 과목 등은 일정한 경향을 나타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앞으로의 모의고사에서 영역·과목별 표준점수는 지속적으로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이는 수험생들이 그다지 염두에 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게다가 대부분의 대학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보완책을 만들어두고 있다.
▲과목 선택=표준점수 차이 때문에 과목 선택을 바꾸는 문제를 고려하는 수험생이 적잖다. 모의고사를 치를수록 고민은 더욱 커져 여름방학 정도가 되면 이런 수험생은 더욱 많아진다. 그러나 섣부른 판단은 전체 결과를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회·과학 탐구영역의 경우 선택 과목에 따라 표준점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쉽게 흔들린다. 그러나 실제 수능시험에서 과목별 난이도가 어떻게 나올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몇 번의 모의고사 결과만 놓고 과목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과목, 지원할 대학 전공과 관련된 과목 등 일정한 선택 기준에 맞는 과목이라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선택 인원이 적거나 교사가 부족한 이유 등으로 학교에서 개설하지 않은 과목으로 바꾸려 할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수리 가형과 나형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도 고민거리다. 이번 모의고사에서는 수리 나형을 선택한 응시자가 66%로 지난해 수능에 비해 7.6%포인트 줄었다. 이를 두고 여러 기관들은 상당수 대학이 자연계열 모집단위에서 가형을 지정 반영하거나 가중치를 준다는 이유를 근거로 제시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어찌됐든 3월에는 대부분의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수리 가형으로 응시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모의고사에서 드러났듯 수리 나형의 표준점수가 가형보다 24점이나 높게 나오는 결과가 되풀이된다면 여름방학 이후 나형 응시자 급증 현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가형에 아무리 가중치를 준다고 해도 나형 응시가 유리하다면 중·하위권 수험생들의 마음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학습 대책=모의고사는 수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좋은 잣대가 된다. 이번 모의고사 성적이 자신의 실력을 어느 정도 반영했다는 판단이 들면 이를 기준으로 1학기 수시에 지원할 것인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모의고사 성적에 비해 내신의 전국적 위치가 훨씬 낫다면 1학기 수시부터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것이 좋다.
이번 모의고사에서 나타난 출제 경향은 자신의 학습 패턴이 어느 정도 맞게 가고 있는지 파악하는 수준에서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언어영역의 경우 어휘와 어법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고, 혼합형 출제 유형이 꾸준히 나온다는 점 등은 학습에 참고할 내용이다. 그러나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은 영역 혹은 자신이 틀린 문제의 원인 등에 집착해 여기에 필요 이상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모의고사 때마다 이런 식으로 대처하다 보면 균형 잡힌 학습은 힘들다. 모의고사에서 드러난 취약 부분은 앞으로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를 충분히 검토하되 전체 학습 계획 속에서 실행해 나가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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