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와 물가 정책을 총괄하는 새 한국은행 총재로 이성태 한은 부총재가 내정됐다. 한은은 13년 만에 내부에서 총재가 나와 반기고 있다. 통화 정책의 기조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으로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의 앞에 놓인 과제가 적잖다. 먼저 저금리 정책으로 시중에 풀린 부동자금을 수습해야 하고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
이 신임 총재는 '원칙주의자'로 심지가 굳고 외압에 굴하지 않는 강한 소신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한직으로 밀려나기도 했으나 이번 한은 총재 낙점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라는 '약점'을 극복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격은 한은의 독립성 유지에는 장점이나 금리 결정에 간섭하려는 재경부와는 긴장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어쨌든 금융 시장은 통화 정책의 일관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 신임 총재의 성향으로 보아 한은의 통화'금리 정책은 돈줄을 조이는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의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과거 한은은 콜금리를 잇따라 내려 자산 거품을 키운 실책이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경기 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나 환율 급락과 고유가 등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적잖기 때문이다.
이 신임 총재에게 무엇보다 당부하고 싶은 주문은 언행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것이다. 박승 총재는 달변으로 인해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두 차례나 외환 시장에 'BOK(한국은행)발 쇼크'를 만들어 나라 경제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신임 총재가 과묵한 성격이라니 다행이긴 하나 과묵한 사람도 실언은 할 수 있다.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늘 고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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