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노트-방폐장 '들러리'의 설움

입력 2006-03-24 10:11:01

"우린 바람만 잡아주고 남은 게 뭐냐. 이 참에 산자부 차관으로부터 확실한 답을 받아둬야 하는 거 아니냐. 보상책이나 지원책이 없다면 이건 행정 사기나 마찬가지야."

23일 포항지능로봇연구소 착공식에 참석한 포항시청 일부 공무원과 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불만 가득한 표정이다. 주빈으로 참석한 김종갑 산업자원부 차관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도 감지됐다. 이 같은 포항 사람들의 유감은 김 차관 개인보다 산자부나 정부 전체에 대한 것이었다. 산자부가 당초 약속했던 방폐장 유치 탈락지역에 대한 지원책 수립을 미루고 있는 데 대한 원망이다.

시공무원들은 "방폐장 유치전에 불을 당겨 중앙정부의 수십 년의 숙원을 포항 등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자치단체들이 해결해 줬는데 막상 최종 입지가 결정되고 나니 입 닦는 듯한 태도는 못마땅하다."고 말하고 있고, 정장식 전 시장도 지난달 퇴임 기자회견에서 "산자부가 방폐장 유치탈락지역 지원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 재임중 가장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자부는 묵묵부답이고 시는 답답하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탈락지역 지원이 늦어지는 데 대한 이유도 들리고 있다. 시의 모 간부는 "당시 유치전에 나섰던 일부 단체장들이 5·31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이어서 공정성 시비유발의 우려도 있어 지원책 발표가 늦어지는 것"이라는 비공식 채널의 말을 전해주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리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포항이나 영덕은 방폐장 유치전을 통해 민심이반만 가져온 등으로 '소득 없는 싸움'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아무튼 산자부 차관이 행사참석차 포항에 온 이날 포항시와 지역발전협의회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탈락지역 지원약속을 확답받기 위해 4월에 산자부를 항의방문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차관은 포항의 약속이행 요구에 대해 "뜻을 전달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남기고 떠났다.

박정출·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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