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음식' 열풍 행진

입력 2006-03-23 15:23:20

'매운데도 자꾸 손이 간다. 먹고 나면 또 먹고 싶다.'

외식업이 전반적인 불황이라고 하지만 유독 매운 음식이 그 화끈한 맛만큼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대구 동성로나 대학교 등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면 으레 매운 음식점이 있다.

혀가 얼얼할 정도의 매운 떡볶이를 비롯해 불닭과 불닭발, 불짜장, 불낚지, 신곰장어, 불삼겹, 땡초부추지짐, 빨간오뎅, 매운라면 등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심지어 노점상에서도 매운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름하여 '눈물꼬지'가 바로 그것. 닭고기에 알싸한 양념소스를 바른 눈물꼬지를 한입 물면 눈물은 물론 콧끝까지 저릿저릿해진다. 매운 맛의 대명사인 고추장도 업체별로 더 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명칭도 맛만큼이나 자극적이다. 온통 '불'자와 매울 '신(辛)', 그리고 '눈물'을 앞세우고 있다.

매운 맛이 인기를 끌자 제과업체들도 매운 맛을 첨가한 제품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30여년된 오징어땅콩에 매운 맛을 가미한 제품을 필두로 고깔콘과 감자스낵, 새우깡에도 매콤한 맛을 추가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나아가 외국계 외식업체까지 매운 맛 메뉴로 불황 타개를 꾀하고 있다. 버거킹과 맥도널드사는 매콤한 햄버거로, 한 피자업체는 고추장 불고기를 첨가한 피자를 내놓았다.

# 경제가 어려우면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정치적 무기력감 등 바닥을 기는 사회 분위기가 사람들로 하여금 자극적이고 매운 음식을 찾게 한다고 말한다. 요즘처럼 정치와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어수선하고 답답할 때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먹음으로써 화끈하고 짜릿한 쾌감을 체험하고자 한다는 것.

또 매운 음식을 먹으며 땀을 흘림으로써 누적된 스트레스와 묵은 감정까지도 배출하려는 심리도 작용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매운 음식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심리 치료제이며 위안을 주는 친구이기도 한 셈이다.

한방에서는 맛이 사람들의 육체나 정신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특히 매운 맛은 슬픈 감정을 나타내며, 짠맛은 놀람, 불안 등의 감정과 연관 있는 것으로 본다. 즉 경제가 불안하고 고용이 불안정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감정은 불안하고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는 것.

매운 음식은 이런 우울감을 떨쳐버릴 수 있는 해소책인 셈이다. 또 각종 공해로 인해 나빠진 폐와 위장에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현대인에게 매운 맛으로 자극을 받으려는 것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 매운 맛은 중독성

매운 맛은 '중독성'이 있다. 입에서 불이 나거나 혀가 떨어질 것 같은 자극적인 맛에도 불구하고 연신 젓가락이 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스트레스도 풀린다. 땀을 뻘뻘 흘리며 매운 것을 먹다 보면 저절로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 수 있다.

매운 맛의 마니아라고 자처하는 이순임(27'여'수성구 만촌동)씨는 "매운 맛에는 확실히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며 "너무 매워 다신 먹지 않겠다고 해 놓고 시간이 지나면 또 생각나고, 먹고 싶은 게 매운 음식."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구 삼덕동에서 불닭발집을 운영하는 서영환씨는 "손님 중엔 더러 음식을 앞에 높고 침만 흘리다 너무 매워서 조금밖에 못 먹고 일어서는 손님이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 '맵게, 더 맵게'를 주문하는 이들이 더 많다"고 했다.

최근 외신에 고추가 항암효과가 있다는 뉴스도 있어 앞으로 매운 맛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3월 23일자 라이프매일)

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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