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폐기물 처분방식' 화두로 떠오르나?

입력 2006-03-23 11:00:40

방폐장 건설과 관련, 처분방식 결정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 방폐장에는 앞으로 60년 동안 국내의 원자력발전소, 연구소, 병원 등에서 나오는 모든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이 밀봉 상태로 저장된다. 현재 부지 특성조사 등에 대한 분석 검토 작업이 진행중이고, 오는 5월말 쯤 그 방식이 결정된다. 동굴식이든 천층식이든 처분방식이 결정돼야 시설물 배치 위치가 드러나지만 한수원 측은 침묵하고 있다.

◆동굴식이냐 천층식이냐=5월말 결정될 방폐장 처분방식은 두가지. 지하암반에 동굴을 파서 수거물을 처분하는 동굴식과 평지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어 폐기물을 넣고 시멘트 등으로 밀봉하는 천층식은 각기 장·단점이 있다. 동굴식은 초기 건설비용이 많이 들지만 사용후 동굴 입구를 밀폐하면 관리가 쉽고 지상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천층식은 초기건설비용은 적게 들고 접근이 쉽지만, 사용후 밀봉을 해도 제도적 관리기간이 약 300년으로 길다는 단점이 있다.

◆경주시민들의 요구는?=경주에서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동굴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원전은 설계 수명이 30년이지만, 방폐장은 300년이어서 처분방식이 한 번 결정되면 시민들이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만큼 안전한 동굴처분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문화 관련 단체 관계자들은 "방폐장이 들어설 곳은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의 토함산 계곡에서 흘러나온 물이 모여 동해로 들어가는 '동해구(東海口)' 주변으로 문무대왕릉과 이견대, 감은사터 등 문화유적과 연계한 관광벨트화와 자연경관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동굴식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주시민들의 반발=최근에는 한수원이 건설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천층식으로 결정하려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민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실제로 한수원은 지난해 12월부터 2개월 동안 방폐장 부지에 대한 시굴조사를 벌였으나, 이때부터 관련 특별법에 의해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시민환경감시기구 활동을 벌이지 않았으며 처분방식에 대한 시민공청회도 열지 않았다. 또 동굴식 정밀 시굴조사 기간이 외국의 경우 1년에 이르지만 경주는 2개월에 그쳐 내부적으로 천층식으로 결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민희망연대는 22일 "일반적으로 천층식은 친환경적인 동굴식(1조1천500억여 원)에 비해 공사비가 30∼40%에 불과하고 공기도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다."며 "방폐장을 경주에 유치한 뒤 한수원은 최소의 비용만 들이려 한다"고 비난했다.

경주대 토목과 황성춘 교수는 "지질 구조상 동굴·천정식 모두 가능하지만, 동굴식이 훨씬 안전하다."며 "요철이 심한 방폐장 부지 수십만평 가운데 선정 위치에 따라 공사비 변동이 심한데 한수원은 정확한 위치를 비공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의 입장은?=한수원은 현재 예정부지에 대해 한국전력기술(주) 및 처분시설 설계경험을 갖춘 핀란드 SNR사, 스페인 INITEC사에 의뢰해 지질 및 부지특성조사 등을 거쳐 처분시설 기본설계를 수행중이다. 이를 토대로 국내외 지질· 토목· 방사성 전문가와 지자체,지역시민단체 관계자 등 15명 내외로 구성된 처분방식선정 자문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처분방식을 최종 결정한다.

한수원 방폐물기술처 구조기술팀 이동석 팀장은 "안전성과 주민의 신뢰성과 수용성,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지자체와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처분방식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경주지역에서 '한수원이 건설비용이 싼 천층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현재까지 어떤식으로 할 지 결정된 것이 없으며 의혹이 있다면 모든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경주·박진홍기자 pjh@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