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검찰, 1조3천억 '국부유출' 막았다

입력 2006-03-22 09:44:22

최신형 휴대전화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돼 1조3천억원대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뻔 했으나 검찰과 국정원의 공조로 범행을 사전에 차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22일 휴대전화 회로도 등을 카자흐스탄의 유력정보통신회사로 빼돌려 목돈을 챙기려한 혐의로 삼성전자 선임연구원 이모씨와 컨설팅 업체인 프리죤 기획실장 장모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간 국내 IT(정보기술)가 중국과 대만으로 유출될 뻔했던 사례는 종종 있었으나 카자흐스탄으로 기술 유출이 시도됐다 적발되기는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작년 11월 22일 연구원 전용 사내 통신망에 접속해 최신 슬림형 휴대전화와 내장형 안테나 제작 기술이 적용된 PCS 휴대전화의 회로도와 배치도 15장을 출력한 뒤 회사 밖으로 몰래 갖고 나갔다.

이씨는 카자흐스탄관련 사업 경험이 많은 장씨와 함께 국내에 머물고 있던 카자흐스탄 정보통신회사인 N사의 임원 2명과 만나 회로도 등을 보여주며 휴대전화 제조컨설팅 비용으로 미화 200만달러(약 19억원)를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초등·중학교 동창 사이인 이씨와 장씨는 닷새 뒤인 11월 27일 자신들이 만든 컨설팅 계약 양해각서(MOU) 초안을 카자흐스탄의 N사측에 보낸 데 이어 12월 16일에는 평소 알고 지내던 카자흐스탄인에게 회로도 샘플 사본을 넘겨주면서 N사에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을 조기에 포착한 국정원은 관련 정보를 수집해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곧바로 수사에 나서 이씨와 장씨 등의 사무실과 집 등을 압수수색하고 당사자들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첨단기술의 해외유출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휴대전화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구권 등에 대한 기술유출 가능성에 대비해 정보수집을 강화하던 중 이 같은 유출 움직임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카자흐스탄이 속한 옛 소련의 CIS(독립국가연합) 지역이 아프리카와 중동, 동구권 등과 더불어 신흥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어 휴대전화 핵심기술이 유출돼 현지에서 생산이 이뤄졌다면 엄청난 국부 손실이 초래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측은 기술유출이 됐다면 휴대전화 2대의 개발비용 26억5천만원과 파생제품 개발비용 109억2천만원, 향후 5년간 매출차질 5천343억원, 가격하락에따른 손실액 7천780억원 등 모두 1조3천원대 피해를 봤을 것으로 추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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