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야, 도와주세요!"
점심시간을 앞두고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 안이었지만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강도는 지갑을 빼앗고는 소리치는 그녀의 얼굴까지 가격하고 유유히 시장 밖으로 걸어서 도망갔다.
중국 베이징의 한국인 밀집거주지역인 차오양(朝陽)구 왕징신청(望京新城) 내의 핑지아(平價)시장. 불과 며칠 전인 16일의 일이다.
젊은 한국 여자가 날치기를 당해 비명을 질렀지만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한 중국인들은 아는 사람끼리 다투는 것으로 여긴 탓인지 구경만 할 뿐 도와주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을 이용하기라도 한 듯 강도는 전혀 서두르지 않고 방약무인한 걸음걸이로 천천히 걸어서 시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때마침 시장 안의 한 조선족 가게 주인이 상황을 알아채, 중국어로 주변사람들에게 알렸고 그제서야 시장 안의 보안(保安·경비) 7~8명이 자전거를 타고 100여m를 쫓아가 범인을 제압, 경찰에 인계했다.
기자는 범인이 잡혀온 뒤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피해자의 지인으로부터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중국언론은 다음날 이 사건을 한국 여성의 한국어 구조요청을 중국인들이 알아듣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범인은 시장 안에서 피해자를 계속 따라다니면서 중국어에 서툰 한국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가 "왜 그러느냐"고 묻자 강도로 돌변했다. 중국어를 몰라도 생활에 불편이 없는 '왕징'이지만 서툰 중국어 때문에 대낮에 강도를 당한 것이다.
이처럼 중국에서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늘어나면서 교민 안전에 빨간 불이 켜진 지 오래다. 강도사건이 발생한 시장이 위치한 아파트단지에서는 지난해 10월 한국인 조기 유학생이 피살되는 사건도 일어났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지 않자 관할 파출소가 이 아파트단지를 '범죄위험지역'으로 지정,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강도나 소매치기 현장을 봐도 선뜻 나서서 도와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대장금 등 한국 TV 드라마의 영향으로 대다수 중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지만 중국인들을 무시하는 일부 한국인들 행태로 인해 한국을 싫어하는 중국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한국인들과 접촉이 많은 지역에서는 반한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중국인이 적지 않다.
주중 한국대사관과 재중 한국인회는 임시방편으로 지난해 11월 24시간 운영하는 교민안전콜센터(주간:6478-9526~8, 야간:1370-120-0593)를 개설했지만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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