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공식 출범…국내 철강업 '변수'

입력 2006-03-20 09:42:08

지난 13일 공식 출범한 '현대제철'은 작게는 현대그룹(현대·기아차그룹) 30년 숙원을 푼 것이고 크게는 한국 철강업계(일관제철업)의 경쟁시대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현대제철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1977년 포항제철에 이은 정부의 제2 제철사업 계획에 본격적인 관심을 표명하면서 추진하기 시작해 그 동안 있을 때마다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번번이 정부에 의해 문이 막혔던 것. 비로소 40년 포스코 독점체제가 포스코-현대제철 양자간 경쟁체제로 개편되기에 이르렀다.

◆국내 제철업 현황

현대가 추진한 제철업은 포스코처럼 철공석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이른바 일관제철업이다. 포스코를 제외한 국내 철강업체들은 모두 고철을 녹여 철강제품을 만들고 있어 고로(용광로)에서 바로 쇳물을 생산하는 포스코와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업종이고 생산품 또한 다르다.

포스코와 같은 일관 제철업체는 철판 등 철강 중간재를 생산하고 현대제철의 전신인 INI스틸이나 동국제강 등은 H빔이나 쉬트파일, 철근 등 완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다. 따라서 현대제철이 고로를 만들고 여기서 생산한 쇳물로 강판(열연강판)을 만들기로 한 것은 그 동안 포스코 독점체제로 운영돼온 국내 일관 제철업계가 포스코-현대제철 양자 경쟁체제로 들어서게 된다는 경제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만드나?

현대제철은 기존의 현대INI스틸(옛 인천제철과 강원산업의 합병체)에다 충남 당진에 있던 한보철강이 더해진 것이다. 앞으로 생산은 기존의 인천(옛 인천제철)공장과 포항(옛 강원산업)공장 및 당진(옛 한보철강)공장에서 지금처럼 전기로 제품을 생산하고 당진산업단지에 일관제철소를 지어 열연강판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새로 짓는 당진제철소에서 2010년 350만t, 2011년 350만t 등 최대 700만t의 열연강판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생산제품은 자동차용 강판의 원자재인 열연강판. 이 열연강판은 같은 그룹 계열의 현대하이스코에서 냉연강판으로 가공된 다음 자동차 업체로 판매된다. 즉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에서 생산한 열연강판을 현대하이스코로 보내고 여기서 다시 현대·기아차로 보내 자동차를 만드는, 적어도 자동차용 강판은 자급자족하는 수직적 생산체계를 갖추게 됐다.

◆포스코 등의 반응

현대제철 출범에 대한 경제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경쟁 당사자로, 지난 30년간 현대의 일관제철업 진출 시도때마다 반대논리를 폈던 포스코는 이번에는 조용하게 지켜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다만 무리한 투자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경제계 일각에서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적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포스코가 완성차 업계에 판매한 자동차용 강판은 내수와 수출을 합쳐 430만t에 불과하다. 그런데 현대제철의 생산규모가 최대 700만t에 달한다는 것은 수급사정에 분명하게 문제를 일으킬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측은 "당연히 현대·기아차의 완성차 생산판매량 증산을 염두에 둔 설비계획"이라며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포스코는 열연, 냉연, 후판 스테인리스 등 모든 철강 중간 소재를 생산하는 체제인데 비해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강판에 쓸 열연전문 제철소라는 점에서 포스코와 경쟁관계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게 경제계의 대체적 반응이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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