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평균 수명

입력 2006-03-18 11:28:24

생태적인 재앙이 덮친 21세기 중반. 자신들을 지구 종말의 생존자로 믿는 일단의 사람들은 모든 것이 철저하게 격리된 환경 속에서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낙원 '아일랜드'에 추첨 돼 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러나 두 주인공은 곧 자신을 포함한 그곳 주민 모두가 스폰서(인간)에게 신체 부위를 제공할 복제인간임을 알게 돼 탈출을 감행한다. '아일랜드'는 낙원이 아니라 스폰서에 대한 장기 제공, 곧 죽음을 의미했던 것이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아일랜드'는 복제인간의 세계를 그렇게 으스스하게 다루었다.

◇사람은 누구나 '무병장수(無病長壽)'를 원한다. 힘겨운 입시지옥을 견뎌내는 것도, 허리끈 조이며 땀 흘려 일하는 것도, 지독한 다이어트를 하는 것 등도 결국 건강하게 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이다. 지금 전 세계 과학자들 간의 보이지 않는 생명공학 전쟁도, 영화 '아일랜드'도 이러한 소망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 선진국 국민의 평균 수명이 현재의 80세에서 112세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열린 '수명 연장과 향상에 관한 국제회의'에 참석한 과학자들의 보고라니 영 흘려 버릴 말은 아니다. 평균 수명 100세 설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케임브리지대 짐 외펀과 독일 막스플랭크 인구학연구소 제임스 바우펠 박사도 "지금 사람들이 살아 있는 동안 100세 시대가 올 것"으로 주장한다.

◇이번 옥스퍼드대 회의에서 미국 미시간대 리처드 밀러 교수는 유전적으로 인간과 유사한 쥐 대상 실험에서 칼로리 섭취만 제한해도 쥐의 수명이 40%나 길어졌다고 밝혔다. 인간 수명으로 환산하면 평균 수명 112세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심지어 케임브리지대 오브리 드그레이 교수는 "현재 지구상의 누군가는 1천 살까지 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전 세계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남 65세, 여 70세 정도로 200년 전에 비해 배 정도 늘었다. 크리스틴 오버론의 책 '평균 수명 120세, 축복인가 재앙인가'는 "모든 개인은 더 오래 살 권리가 있다"는 생명 연장 옹호론자들과 "인간도 죽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생명 연장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담고 있다. 머지않아 닥쳐올 평균 수명 100세 시대. 인구 과잉과 자원의 한계, 삶의 권태 극복의 문제가 큰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전경옥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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