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부터 대구에 선을 보이기 시작한 '포크 아트(Folk Art)'라는 실용미술이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버려야 할 가구나 중고 제품들이 간단한 손길로 산뜻한 느낌의 새 가구로 재탄생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니 기쁨은 갑절. 4, 5년 된 낡은 휴대전화도 장미꽃 두 송이를 그려넣으면 새것보다 돋보이는 마법을 부린다. 도대체 어떤 마법일까.
10년 된 냉장고, 오래된 의자, 낡은 벽시계, 신발장…. 여기에 밑그림을 그리고 아크릴, 오일로 살짝 덧칠을 하면 우아한 무늬의 새 제품으로 변신한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하나의 작품이다.
오래됐지만 버리기 힘든 제품에만 활용하는 게 아니다. 신혼살림 집에도 필요한 곳에 예쁘게 그림을 그려넣으면 밝고 산뜻한 분위기가 나 활용범위도 넓다.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냉장고에 그려넣은 데이지 꽃무늬를 보고 예쁘다며 포크 아트 강사를 초청해 4, 5가구에서 각기 다른 꽃으로 냉장고 전면을 새로 단장하기도 했다.
포크 아트는 네일(Nail:손톱) 아트, 인테리어, POP(Point Of Purchase:직접 그리고 쓴 글씨간판) 등 다른 실용 분야와도 접목돼 생활 속으로 빠르게 퍼져가고 있다.
자신만의 명함꽂이, 책꽂이, 사진액자를 만들어 책상 위에 올려놓기도 하고 또 반지, 목걸이, 귀고리, 휴대전화 등 액세서리에 예쁜 그림을 그려넣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특히 구형 휴대전화 앞뒷면 빈 공간에 그려넣는 꽃그림이 인기다. 10분 만에 우아하고 고귀한 예술 휴대전화로 탈바꿈된다. 주변반응도 괜찮아 선물용으로도 좋다.
1년 정도 배운 이지은(30·여·학원강사) 씨는 "휴대전화나 목걸이에 예쁜 포크 아트 그림을 그렸는데 친구들이 보고 부러워할 정도"라고 했다.이 때문인지 각 문화회관,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에서도 포크 아트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들어 새로 신설된 강좌에는 수강생이 몰려 뒤늦게 온 사람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포크 아트 전문점인 '데이지(Daisy)'의 경우 2년 전 수강생이 1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0여 명, 올해는 40여 명으로 불어났다. 직접 찾아와 상담하는 사람도 하루 평균 4, 5건에 달한다. 2주째 수강 중인 서정원(24·여·계명대 광고홍보학과 졸) 씨는 "예전부터 관심이 있어 배우기 시작했는데 알수록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있고 더 예쁘게 해보려는 욕구도 솟구친다"고 말했다.
한국적인 전통문양 등을 되살리는 과제는 남아 있다. 데이지의 이정영(28·여) 강사는 "유럽, 호주 등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포크 아트가 체계적으로 교육되고 활용돼 왔지만 우리나라는 늦었다"며 "전통적인 한국만의 문양을 잘 살린다면 포크 아트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포크 아트란?
16, 17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포크 아트는 처음에는 주석이나 철판 등 얇은 금속제품에 작은 그림을 그려넣는 것에서 출발했다. 이후 미국, 아시아 등으로 전파되면서 민속예술로 자리잡았다. 얇은 판을 뜻하는 '톨 페인팅(Tole Painting)'으로 불리기도 한다.
초창기에는 철판에 그려야 했기 때문에 동물, 꽃 등 그릴 수 있는 소재가 한정돼 있었다. 이후 목재, 유리, 헝겊, 도자기, 캔버스 등 일상생활에 다양하게 활용돼 그림소재도 광범위해지고 풍경화, 만화캐릭터 등으로 그림내용도 다양해졌다.
권성훈기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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